[프로야구]지금 광주는 '기아 타이거즈 열풍'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43분


6일 광주공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기아 타이거즈의 출범을 알리는 상징물들이었다.

기아 타이거즈 로고가 박힌 하얀색과 빨간색 천으로 만든 가로등 배너광고물들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양옆에 거의 20m마다 하나씩 설치돼 있었다. 국경일 집집마다 꽂혀있는 태극기를 연상케 할 정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옆에는 ‘기아 타이거즈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시내 곳곳에도 플래카드와 광고물, 대형 애드벌룬으로 뒤덮여 있어 마치 도시 전체에 ‘기아 열풍’이 불어닥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동안 침체됐던 호남지역 야구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호기를 잡은 구단에선 신문에 넣는 전단광고 10만장을 배포하는 등 붐 조성을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더구나 광주시와 시민단체에선 절박한 사정에 처해 있던 프로야구단 해태를 인수한 기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기아가 계속 연고지를 광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사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역대 어느 구단도 이처럼 연고지의 시와 구단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프로야구단을 홍보한 적이 없었다.

이런 ‘기아 열풍’은 일종의 ‘윈-윈’전략으로 볼 수 있다. 광주팬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 이젠 남부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게 좋은 일이고 기아자동차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스포츠를 통한 사회환원에 일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게 좋은 일이다.

기아는 6일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회장,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 각계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창단식을 갖고 공식출범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정몽구 구단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구단으로 도약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선수들이 앞으론 안정된 상황에서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말을 증명하듯 그는 창단식에서 예정에 없던 격려금 1억원을 즉석에서 선수단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제 140만 광주시민과 타이거즈 선수단은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다.

<광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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