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조훈현 지쳤나…49수만에 돌던져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29분


심기가 불편해서 였을까. 아니면 연이은 대국에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을까.

25일 열린 35기 왕위전 도전5번기 3국. 조훈현 9단은 49수만에 돌을 던지며 0 대 3의 전적으로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이는 국내 도전기 사상 가장 적은 수순만에 패한 것. 종전 기록은 97년 15기 대왕전 1국에서 조 9단이 이 9단을 상대로 75수만에 돌을 던진 것이었다.

조 9단이 사용한 시간도 16분에 불과했다. 상대인 이창호 9단도 37분만 사용했다. 이 역시 신기록.

기보를 보자. 좌상귀에서 눈사태형 정석이 나왔다. 백 38은 안영길 4단이 이번 왕위전 본선에서 조 9단을 상대로 둔 수. 조 9단도 이 수가 제법 유력하다고 본 것 같다. 흑 39는 조 9단이 당시 사용한 대응책으로 이 9단도 이 바둑에서 똑같이 사용했다. 이 때 백 40이 조 9단이 새롭게 들고 나온 수. 하지만 흑 41, 43이 좋은 수로 백이 곤란해졌다. 백은 내친 김에 백 44, 46으로 나가 끊었지만 흑 47이 침착한 수. 이 때 백 48이 어이없는 대착각. 조 9단은 49에 몰리자 돌을 던졌다. 백이 A로 이으면 B∼D까지 축에 걸린다.

조 9단은 이번 왕위전에서 꼬일대로 꼬인 셈이다. 초반 기분좋게 5연승을 달리다가 서봉수 9단과의 대국에서 5집반의 덤을 6집반으로 착각해 반집패를 했다. 이후 동률 재대국 때문에 무리한 대국 스케줄에 시달리다가 몸살이 나 1국을 기권패했다. 2국도 무기력하게 물러난 데 이어 3국마저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우며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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