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용카드-은행대출 가입 강요 짜증나요"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27분


직장인 이모씨(37)는 요즘 어느 은행엘 가든 ‘신용카드 하나 가입하시라’는 권유에 짜증이 난다. 신용카드가 있다고 해도 ‘놀이공원 무료 입장’, ‘교통카드 겸용’ 등 타 카드사와 엇비슷한 기능의 카드를 두, 세번씩 ‘강요’하기 때문. 기업대출을 회피하는 은행들이 올들어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신용카드사업 등 ‘종목’을 바꿔가며 가계금융에만 치중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포화시장에 중복 투자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과열경쟁으로 확보한 고객들인 만큼 향후 부실화의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업, 이미 포화?〓올 상반기 신용카드 부문에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긴 은행들은 하반기 영업에서 수십만∼수백만여명의 신규 가입을 목표로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최근 독자카드인 ‘K-원(One)카드’를 내놓으며 약 50만명의 고객 확보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가입자를 1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병원 관광협회 등과의 제휴를 통해 올 연말까지는 150만명을 확보한다는 계획. 그동안 내실 위주로 사업을 해왔으나 타 기관과의 제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고객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것.

한미은행이 고객확보를 위해 전문 모집인 480명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 하반기엔 서울은행이 160명, 주택은행도 모집인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발급수가 작년 3월말 4270만건에서 1년만에 6320만건으로 폭증한 만큼 이미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6월말 현재 신용카드 연체율은 국민 3.73%, 조흥 5.8% 등으로 작년말 대비 1%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출혈경쟁’, 주택담보대출〓지난해 불붙기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경쟁은 올들어 근저당설정비 면제로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액의 0.4∼1%를 차지하는 설정비용을 은행이 떠안고 ‘대출갈아타기’까지 부추기다 보니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졌다.

S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약 2조원의 주택담보대출로 200억원의 근저당설정비 부담을 떠안았으며 상반기 순수수료수입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100억원 가량 줄어들게 됐다.

하나은행의 김승유행장은 최근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했으나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근저당설정비 면제를 없앴다”고 말했다.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신용카드를 포함한 가계대출의 대손률은 약 3%로 기업대출보다 높다”며 “경기가 악화돼 연체자가 급증하면 은행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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