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사이버 왜곡' 못참겠다"

  • 입력 2001년 7월 25일 23시 34분


사이버상에서 사자(死者)인 명성황후를 비하하고 일제통치를 찬양한 것이 법적인 명예훼손에 해당되는가.

이른바 ‘사이버 논객’으로 알려진 김모씨(40)는 12일부터 국내 포털사이트에 ‘일본을 존경하는 마음’이라는 칼럼을 개설해 일제통치를 찬양하고 명성황후를 모독하는 글을 잇달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은 “명성황후가 방중술을 배웠다”거나 “일제가 민비를 시해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는 등 황당한 내용들.

이에 대해 명성황후의 후손인 민모씨(41)는 김씨와 김씨의 칼럼이 게재된 D인터넷 포털사이트 사장 이모씨(33)에 대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인터넷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민씨는 고소장에서 “김씨가 인터넷 칼럼을 게재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조작해 명성황후 민비의 성적 순결을 모독하고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찬양해 민씨 문중과 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개인의 견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인터넷 고소장을 접수한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사자의 명예훼손’은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흥 민씨 종친이 고소인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사자의 명예훼손’의 고소인 자격을 죽은 사람의 8촌 이내의 친족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민씨가 고소한 내용 중에는 문중에 대한 명예훼손도 포함돼 있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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