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시각장애인 송경태씨 이창호와 한판

  • 입력 2001년 7월 22일 19시 16분


아마 3급 실력의 시각장애인이 ‘바둑황제’인 이창호(李昌鎬·27)프로 9단과 바둑 한판을 두었다. 도전자는 전북 시각장애인 도서관의 송경태(宋京泰·41) 관장.

송씨는 21일 오후 제3회 이창호배 아마바둑선수권대회가 열린 전주교육대 체육관에서 이창호 9단과 마주앉았다. 결과는 5점을 깔고 둔 송씨가 2집 차로 아깝게 패했다.

이날 송씨는 아래쪽에 ‘+’모양의 돌출부가 있는 바둑알을 ‘+’모양으로 파인 바둑판 착점에 꼽는 방식으로 대국했다. 흑백 바둑알은 흑돌 위에 좁쌀만한 돌기나 나 있어 촉각으로 구분한다.

그가 머릿속으로 바둑판을 그리고 바둑알들을 손가락 끝으로 짚어가며 형세를 가늠해 갈 때 곁에서는 ‘가로 몇 선, 세로 몇 선’이라고 이 9단의 착점을 알려줬다.

이번 대국은 군복무중이던 82년 폭발사고로 실명하기 전까지 3급 실력이었던 송씨가 이 9단에게 친선 바둑 한판을 제의, 이 9단이 이를 받아들여 성사됐다.

송씨는 실명 후 바둑 둘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90년 일본 여행중 시각장애인 바둑대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시각장애인용 바둑판을 구입해 왔다. 송씨는 “시각장애인이 바둑을 두면 정서적 안정에 특히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희망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전국 시각장애인 바둑대회도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씨는 5월 캐나다 스쿼미시의 700m 수직암벽을 등반하고 백두산 한라산에 오르는 등 장애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왕성한 도전정신을 보여왔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