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갈베스 시대’ 오나… 다승등 3관왕 가능성

  • 입력 2001년 7월 22일 19시 09분


한국프로야구 20년사에서 투수 부문은 선동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원년인 82년부터 선동렬이 국내에서 활약한 95년까지는 영웅들의 시대. 82년 박철순(OB)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조차 전무한 시즌 22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으로 출범 첫해를 장식했다. 박철순은 이후 네 번의 큰 부상과 일곱 번의 재기에 성공해 ‘불사조’로 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았다.

이어 83년에는 한 경기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너구리’ 장명부(삼미)가 한 시즌에 팀 승수의 절반을 넘는 30승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 84년에는 페넌트레이스 27승의 ‘철완’ 최동원(롯데)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따내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

85년부터는 선동렬(해태)의 독무대. 0점대 방어율을 세 번이나 작성한 선동렬은 무려 11년을 언터처블 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선동렬이 96년 일본으로 진출하고 난 뒤부터 국내 프로야구의 마운드는 군웅할거의 시대로 변했다. 밥먹듯이 나오던 투수 삼관왕은 물론 단 한차례도 다승왕을 연속 제패한 투수가 없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 외국인 투수 갈베스 때문. 공교롭게도 선동렬이 일본에 진출한 9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던 그는 올 시즌 한 달여나 늦게 국내 무대에 섰지만 어느새 각종 투수기록에서 정상을 달리며 투수 삼관왕을 정조준했다.

후반기 개막전인 21일 대구 롯데전에서 8회 1사까지 9안타를 맞고 4실점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9승째(2패)를 올린 그는 이날 등판으로 규정이닝을 채워 평균자책 1위(2.01)에 랭크됐다. 2위인 롯데 박석진(3.05)과는 1점 이상의 큰 차이.

그는 또 다승에선 LG 구원투수 신윤호(10승)에 이어 공동 2위지만 선발 11경기에서 모두 승패를 기록, 매 경기 완투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앞세워 외국인 투수 최초의 다승왕은 시간문제라고 장담한다.

승률은 0.818로 10위권 밖이지만 상위 랭커들이 모두 5승 이하를 거둔 무패투수로 시즌이 끝난 뒤 10승 이상을 올린 투수를 대상으로 승률 순위를 재조정할 경우 곧바로 선두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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