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정치권 헌재결정 반응]與 "환영" 野 "당혹"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56분


19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제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 3당은 나름대로 득실을 따져보며 여러 가지 전망을 내놓았다.

헌재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인2투표 정당명부제를 주장해온 민주당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고, 한나라당은 “우리 정치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자민련은 차기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민국당과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조속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결정이 당장에는 DJP공조를 더욱 견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지금까지는 비례대표를 의식해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무리하게 후보를 냈으나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1인2투표제가 도입되면 연합공천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1인2투표제를 반대해온 당론과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진 탓인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재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오랜 정치적 관행과 독특한 정치문화 등 현실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선거법개정소위원장인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에는 정당지지의 의사도 내포돼 있어 현행 비례대표제를 위헌으로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1인2투표제는 정당 난립의 혼란을 초래, 양당제를 선호하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 집권당으로서 차기 총선에 나설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헌재 결정에 따라 1인2투표제가 도입되면 다당제 구도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집권당 쪽의 분열보다는 야당 쪽의 분열을 가져올 개연성이 더 크기 때문.

따라서 여야는 차기 총선을 2년 반 이상 남겨둔 지금 당장 법 개정에 나서기보다는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각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끌고 갈 공산이 크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