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로부터 꼭 5년이 지난 요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방송의 친여 성향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고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을 괴벨스로 지목한다. 권철현 대변인은 “사흘에 한번 꼴로 궤변을 설파하는 모습이 김대중 정권의 괴벨스 같다”며 “히틀러 곁에 괴벨스가 있었듯이 독재자에게는 광신적 나팔수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야가 바뀌었지만 공격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예로 든 역사적 인물까지 어쩌면 이렇게도 똑같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정권의 대를 넘어 정가에서 회자되고 있는 괴벨스는 누구인가. 그는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독특한 제복, 거창한 행사 등을 통해 대중을 최면상태로 몰고 가는 기술을 개발한 20세기 최고의 정치 연출가였다. 언론매체와 대중연설을 통한 선동기술로 독일국민을 나치즘으로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희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다른 시각도 없지 않았다. 실상을 왜곡하는 걸 무척 싫어해 거짓 선동보다는 역사적 예를 들어 비교하는 설득력으로 국민의 희망을 살리려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히틀러가 자신의 ‘천재적 영감’을 내세워 강경책만을 주장할 때 괴벨스는 그 앞에서 “우리는 지금 지도자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줄도 알았다. 괴벨스는 그런 소신과 용기를 갖고 있었다. 정부의 ‘스피커’ 오 처장을 소신있는 정책가 괴벨스에 비유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