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씨 비리, 빙산의 일각 아닌가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45분


문일섭(文一燮) 전 국방차관이 지난주 말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문 전차관이 1998년 국방부 방위사업실장 재직시부터 올 4월 차관직에서 물러나기까지 군수물자나 군 공사 발주 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개 군납업체로부터 4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3월24일 자택 도난사건 이후 도난당한 돈의 출처에 대한 문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운전병이 훔쳐간 돈 3800여만원의 출처에 대해 의혹이 일자 해외출장 때 쓰고 남은 돈, 친지들로부터 출장비로 받은 돈 등이라고 둘러댔다.

문제는 문씨의 수뢰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방부의 무기도입, 특히 C4I 등 국방정보화 관련 장비 도입과정은 고도의 전문지식이 없이는 전모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여러 국방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만큼 비리가 끼어들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동부지역 전자전장비’ 계약과정에서 군 요구성능(ROC)에 미달하는 장비를 불법 수정계약해 줬다며 6월18일 문씨를 포함해 전현직 장교 13명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직사회 중에서도 군은 기강과 도덕성, 청렴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문이다. 군 장비 도입에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 혈세(血稅)가 쓰인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국가안보의 첨병인 군이 부패하면 국가 전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선박의 영해침범 보고를 받고도 군 수뇌부가 골프를 계속한 일에 국민이 분노했던 것도 군에 대해서는 그만큼 철저한 기강과 사명감 도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씨 수뢰 사건은 그의 구속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문씨와 방산업체 사이에 어떤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군장비 도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정부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 무기도입 과정의 투명성을 재점검해야 한다. 얼마 전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안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정부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등 전력투자비로만 투입할 돈이 34조원이 넘는다. 그런 거액을 투입하는 사업은 한점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기강이 해이해진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군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고위 공직자의 부정 비리에 대한 일대 척결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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