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4]간 질환/한광협-서경석교수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36분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한광협교수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한광협교수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한광협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교수(47)는 매일 오전 7시 승용차를 몰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집을 나서 신촌의 병원으로 향한다. 옆자리에는 늘 아내가 앉는다. 아내는 같은 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교수(42). 부부는 출퇴근 때 30여분 동안 종종 ‘미니 간(肝)학회’를 갖는다.

96년 이들 부부는 차 안에서 아이디어를 나누다 내과와 방사선과적 요법이 결합된 새로운 간암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말기 간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케모포트를 이용한 항암제 방사선 동시치료법’이 그 것. 이 시술법은 암 부위에 케모포트라는 미세관을 박아넣고 항암제를 투여한 다음 방사선을 쪼이고 나서 한 달에 한번씩 미세관을 통해 또다른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 방사선만 쬐였을 때에 비해 부작용을 크게 줄인 치료법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간학회에서 발표돼 세계 의학자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교수는 가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일감이 밀려도 웬만하면 아내와 함께 퇴근한다. 그리고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한교수는 “간질환은 서서히 가정의 단란함을 깨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만성 간질환의 70%는 B형 간염바이러스, 15∼20%는 C형 간염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데 B형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는데다 70% 이상이 만성질환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문신이나 귀뚫기 등을 피하고 외도는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간염에 걸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간염에는 아직까지 획기적 완치제가 없으며 고가의 ‘비책’으로도 낫지 않는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평생 병을 관리하며 산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 좋다. 만성 질환자는 주위의 말 한 마디에 흔들리기 쉬운데 의학적 연구나 근거를 바탕으로 한 치료법에 따라야 한다. 한편 간염 보균자는 만성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보균자는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쓰면 자연 치유되기도 하고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생을 마칠 수도 있다.”

-B형 간염 치료제 라미부딘, C형 간염 치료제 리바비린을 국내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치료제들이 간염을 완치하기도 한다는데….

“라미부딘은 96년부터 서울중앙병원 서동진교수, 한양대병원 이민호교수 등과 함께 써왔고 리바비린은 비슷한 무렵부터 내가 가장 먼저 사용해왔다. 두 약 모두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듣는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다.”

그는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간학회에서 국내 환자는 라미부딘에 내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국내 C형 간염 환자 86명에게 인터페론 α 주사를 맞히며 리바비린을 먹였더니 절반 이상이 6개월 뒤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간암 예방법은?

“간염 환자가 술을 마시면 간의 염증이 심해져 간암에 걸릴 확률이 2배 높아진다. 술 담배는 끊어야 한다. 복수 황달 등 증세가 나타난 간경변증 환자는 다른 기능이 정상이라면 의사의 진단 결과에 따라 간 이식을 신청하는 것도 좋다.”

최근 한국인이 간암에 걸릴 확률을 공식으로 만들어 의료진이 환자의 간질환 진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요즘 관심 분야는?

“간질환자는 간기능이 떨어져 소화효소가 부족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영양상태가 나빠져 악화되므로 영양 상태 개선을 위해 연세대 식품영양학과와 함께 간질환자를 위한 영양소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또 간암 관련 유전자 규명 등에도 매달리고 있다. 이밖에 여러 가지 임상시험 중이지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교수

“아빠….”

3월 초 서울대병원 외과 중환자실. 아버지의 왼쪽 간 일부를 이식받은 김모군(3)의 입술이 힘겹게 움직였다. 간 기능이 크게 손상돼 죽음의 문턱에 섰던 김군이 헌신적인 부정(父情)으로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환자의 간 일부를 떼어낸 뒤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의 간을 붙이는 ‘생체 융합 이식술’의 국내 첫 성공 사례였다. 당시 수술을 담당한 서경석교수(42·일반외과)의 감회는 남달랐다.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된 서교수는 50세 이하의 외과 의사 중 간을 떼어내고(절제) 붙이는(이식)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생체 융합 이식술’ 외에도 서교수는 98년 뇌사자의 간을 두 사람에게 나눠 이식하는 ‘분할 이식술’을 성공시켜 주목을 끌었다. 둘다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도 성공 사례가 드문 고난도 수술.

지금까지 서교수의 시술 기록은 총 500여건. 10시간 이상 걸리는 대수술을 비롯해 쉴새 없이 이어지는 수술 일정으로 그는 “아예 시간을 잊고 산지 오래”라고 밝혔다. 7년 전 서교수는 ‘외과 의사로 살아 남으려면 금연하라’는 한 선배의 따끔한 충고에 미련없이 담배를 끊었다.

외과 의사에겐 ‘초인적인’ 체력이 요구된다. 6∼8시간씩 서서 수술하다 보면 다리의 실핏줄이 터지고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는 ‘왜 이 고생인가’하는 후회도 많이 했다. 그러나 꺼질뻔한 생명들이 수술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한 간 질환의 종류는?

“대개 말기 간 질환자들이 해당된다. 간암의 경우 2기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식 수술은 성인의 경우 B형 간염이 진행돼 간 세포가 파괴되는 간경변 환자가 대상이다. 소아 환자는 ‘선천 담도폐색증’으로 인한 간경변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말기 간질환에 효과가 좋은 새 치료제가 속속 개발중인데 수술할 필요가 있는가?

“현재까지 어떤 치료법도 외과적 수술의 효과를 따라잡지 못한다. 특히 암 정복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간암 환자의 경우 수술 뒤에도 재발율이 50%에 이른다. 그러나 재수술을 통해 얼마든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조기 발견시 주사요법, 혈관 조영술 등 비수술적 요법을 병행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성공한 부분 간 이식의 장점과 성공률은?

“환자의 간을 다 떼어낸 뒤 뇌사자의 간 전체 또는 가족의 살아있는 간 일부를 ‘심는’ 기존의 이식술은 실패에 따른 사망률이 높았다. 반면 부분 이식술은 환자의 간 일부가 남아 기능을 유지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수술 뒤 합병증도 적다. 성공률은 85∼90% 정도다. 국내 간 이식 분야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의사로서 안타까울 때는?

“답답할 때가 많다. 효과 없는 민간요법으로 병을 키워 수술 시기를 놓쳤을 때, 수술 뒤 간에 좋다는 온갖 보신 식품을 먹은 뒤 부작용으로 다시 입원할 때 등이다. 그러나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제때 공여자를 찾지 못해 숨을 거둘 때가 가장 안타깝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서교수에게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올들어 딱 두 번 밖에 못친 테니스를 연내 한번 더 치고 싶어요. 새벽에 야식 때문에 늘어난 몸무게도 줄이고 싶어요.”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교수와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서경석교수가 간질환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로 공동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에서 간질환이 전공인 소화기내과와 일반외과 교수 66명에게 이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소화기내과에선 한교수가 ‘안정적인 1위’였고 일반외과에선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조재원교수와 아주대병원 왕희정교수가 서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병원별로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중앙병원이 ‘선두그룹’을 형성했고 이어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강남성모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경희대병원 등의 순이었다.

◇간질환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

소속 병원

세부전공

소화기내과

한광협

연세대 세브란스

간질환

변관수

고려대구로

간질환

박영민

가톨릭대 강남성모

간질환

윤정환

서울대

간질환

이정일

경희대

간질환

백승운

성균관대 삼성서울

간질환

김창민

국립암센터

간암

박충기

한림대 평촌성심

간질환

김대곤

전북대

간 담췌장 질환

고광철

성균관대 삼성서울

간질환

정영화

울산대 서울중앙

간질환

최성규

전남대

간경변증 간재생

이관식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간질환

일반외과

서경석

서울대

간 이식, 간 담도 수술

조재원

성균관대 삼성서울

간 이식, 간암 수술

왕희정

아주대

간 이식 및 절제

이영주

울산대 서울중앙

소아 간 이식, 간 담도 수술

김동구

가톨릭대 강남성모

간 담도 수술

김주섭

한림대 강동성심

간 이식, 간 담도 수술

박광민

울산대 서울중앙

간 이식, 간 담도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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