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양준호/세수 몇푼에 지리산 망칠라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58분


‘지리산을 그대로 놔둬라.’

시인 김지하의 시제목이다. 근래 들어 지리산은 각종 개발 열풍으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한때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지리산 댐 건설계획, 그리고 지방세 수입을 목적으로 백두대간의 훼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안되는 골프장 건설계획, 산의 존엄성을 무시해버린 케이블카 건설계획 등 곳곳에서 지리산을 돈의 가치로 바꿔보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개발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 중에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들도 있다. 지리산과 백두대간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그들은 골프장과 케이블카를 보고 싶어 지리산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아직은 다른 곳에 비해 순수한 자연이 남은 지리산의 모습을 보려고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과 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등뼈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 지역의 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백두대간은 한국 생태계의 중심축이자 생태, 문화적 보존가치가 높은 한민족의 자존심이다. 최근 환경부는 백두대간 지역을 더 이상 개발하지 못하도록 ‘백두대간 보전법’을 입법화하려 하고 있다. 현재 지리산권뿐만 아니라 전국의 백두대간 지역은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다. 터널이 뚫린 곳, 포장도로가 가로지른 곳, 위락시설이 들어선 곳 등 백두대간이란 명칭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각종 개발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후손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 미래의 주인들에게 훼손된 자연과 잘려나간 백두대간의 길목을 남겨주고 어떠한 명분으로 당당할 수 있을까? 좀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미래와 후손들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몇 푼의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것을 자연으로부터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잘 보존된 백두대간 길목에 서서 마음껏 소리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양준호(남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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