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寒心

  • 입력 2001년 6월 24일 19시 05분


漢字를 보면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寒은 집(집면·면)에서 거적을 덮은 채 자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즉 밑의 八은 두 다리, 얼음빙(빙·얼음)은 ‘춥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주 옛날에는 이불 대신 풀이나 거적 따위를 덮고 잤는데 그나마 충분치 않아 몹시 추웠음을 알 수 있다. 곧 寒은 ‘차다’, ‘춥다’가 되겠다.

心은 심장의 모습을 보고 만든 전형적인 상형문으로 漢字의 조상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좌우의 心房, 心室이 그림처럼 나타나 있다. 따라서 心의 본디 뜻은 ‘심장’이다. 그런데 옛날 중국 사람들은 인간의 感情을 주관하는 기관이 뇌가 아닌 심장이라고 보았으므로 心은 ‘마음’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寒心의 본디 뜻은 ‘차가운 심장’이다. 그런데 추위를 느껴 몸을 떠는 것을 중국 사람들은 심장이 차가워졌기(寒心)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 극도의 공포를 느껴도 몸을 떨게 된다. 그래서 寒心이라면 두려워 몸을 떠는 것도 뜻했다.

戰國時代 燕(연)의 왕자 丹(단)은 秦(진)나라에 인질로 가 있다가 워낙 대우가 좋지 않자 도망쳐 나와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그 때 마침 秦의 장군 樊於期(번오기)가 罪를 짓고는 도망쳐 오자 丹은 흔쾌히 맞아들였다. 그러자 太傅(태부) 鞠武(국무)가 간했다.

‘안 될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포악한 秦이 벼르고 있어 寒心한 지경인데 樊於期가 燕에 있다고 해 보십시오.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기에서 보듯 寒心은 두려워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떨고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야 말로 ‘寒心스러운’ 것이다.

사람이란 늘 常識(상식)의 範疇(범주) 안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있을 수 있는’ 또는 ‘있을 법 한’ 사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常識을 반하는 사건에는 놀라게 되며 그 정도가 심해지면 다들 ‘寒心’해 질 수밖에 없다. 지난 번 북한 商船(상선)의 영해침범 당시 미온적인 대응으로 시끄럽더니만 이번에는 당시 군 수뇌부가 골프를 하고 있었다 하여 輿論(여론)이 沸騰(비등)하다. 참으로 ‘寒心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朽木不可雕, 糞土不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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