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 이승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금융팀장

  • 입력 2001년 6월 23일 16시 48분


"올해는 시중은행의 '실적 개선 원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개선이란 호재가 은행주들의 주가상승을 견인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우량은행주들을 매수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승주(35)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금융팀장은 국내은행들의 향후 전망을 매우 낙관한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IMF직후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공적자금을 받아야 했던 아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라고 후한 점수를 준다. 여신심사가 과거보다 훨씬 강화됐고 수익원도 다양해 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올해가 국내시중은행이 '진정한 의미의 흑자'를 기록하는 원년이라고 주장한다. 부실자산을 감춘 채 흑자를 내던 과거와 달리 만신창이가 된 몸을 치유하면서 순이익을 올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팀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은행주들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만큼 지금이야말로 은행주들을 매수할 적기라고 강조한다. 그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출신으로 '아시아 머니'지와 '조선일보'가 선정한 '금융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이다.

-은행주들의 상승여력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은행들의 생존가능성이 커졌다. IMF직후와 달리 대규모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줄어들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1조6000억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면서 단기유동성 위험에서 벗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향후 생존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끈 것만 해도 은행입장에선 호재다.

또한 FLC(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준비를 갖췄다. 기업부도에 따른 충격을 과거보다 훨씬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원도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한마디로 시중 은행의 경쟁력이 한 단계 성숙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향후 은행주를 긍정적으로 본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성공적인 외자유치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을 호소하는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추가 부실 우려에서 은행권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30대 그룹 중에서도 몇 개 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일부 기업은 우려할 만하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렇지만 이들 몇 개 기업들이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이란 대세를 훼손시키지는 못한다.

만기가 도래한 여신을 회수한다거나 신규 여신을 제공하지 않는 등 과거보다 훨씬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공격적으로 적립하고 있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다.

-저금리로 최근까지 시중은행이 역마진에 시달리는 등 자산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은행들이 앞으로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시중은행의 주된 수입원인 예대마진은 현재 3%정도다. 미국은행의 4%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은행들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앞으로도 국내은행의 예대마진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등 현재보다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산업은 매년 10%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타 산업에 비해 높은 성장을 누릴 수 있다. 10%이상 성장하면서 3%이상의 예대마진 그리고 금융상품 판매 등 신규 수익원을 개발하면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더욱 호전될 것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국내은행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은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인 시장점유율 이상으로 통합은행의 시장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지방은행의 생존은 더욱 장담하기 어렵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지금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경우 소규모 시중은행은 획기적인 생존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비난이 많다. 이들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적자금 투입시 이들 자금을 100%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금융전문가들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은행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만큼 어느 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극단적으로 은행시스템의 붕괴가 가져올 손실이 공적자금보다 많을 경우 이를 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적자금 투입의 효과는 거뒀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공적자금 투입의 성과를 논의하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투자 유망한 은행주를 추천한다면.

▲투자자들에게 최근 조정국면에서 은행주를 적극적으로 매수하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을 꼽는다. 두 은행 모두 '실적 개선 원년'이란 테마에 가장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6개월 목표가격은 각각 1만2000원(하나은행)과 1만1600원(한미은행)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을 매수 추천한다. 이들의 6개월 목표가격은 각각 2만2000원과 3만8000원이다. 참고로 증권주 중에선 LG투자증권이 유망하다고 본다. 1만5000원에 6개월 목표가격을 제시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저가은행주들은 어떠한가.

▲하반기 우량은행주들이 시세를 낼 때 동반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 은행은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하기 어렵다. 단기투자는 적합하지만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매수 후 보유(Buy & Hold)'를 권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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