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인동/문서정보 DB구축 국가 나서라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23분


옛날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20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하루에 왕복까지 할 수 있다. 과거 농부들은 항상 일손이 부족했지만, 요즘은 각종 농기계로 훨씬 쉽게 농사를 짓는다. 오늘날 현대인은 과거보다 몇 십 배 많은 일을 하면서도, 훨씬 여유 있게 살고 있다. 일의 양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분명 과거보다 몇십 배 오래 사는 셈이다. 때문에 산업사회에서는 기계의 활용이 사람의 능력을 좌우하고, 성공도 결정지었다. 산업사회에서 불로장생의 불로초는 ‘기계’였다.

이제 산업사회를 거쳐 탈공업사회인 정보화사회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 모든 것이 광속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시대에서는 정보가 중요하다. 세상에는 물건을 싸게 사는 방법,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 신기한 물건을 만드는 방법 등 많은 정보들이 존재한다. 유용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가공하고,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화사회에서의 불로장생의 불로초는 ‘정보’인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정보는 문서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가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문서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야 한다. 고문서를 스캐닝하여 보관하는 보존 차원이 아니라 내용까지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야 한다.

문자인식기술은 책 속의 글자를 초당 500자씩 빠르게 입력할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은 1950년대 초반 연구가 시작됐으며 지금은 문서인식기, 범죄차량 단속기, 전표인식기, 신분증 인식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된 종합사무정보처리시스템 하이탑스(Hi-TOPS)는 공문, 서류 등 각종 문서를 분당 50장씩 입력할 수 있고, 일단 저장하면 내용 속의 단어만 입력해도 쉽게 문서를 찾아준다. 팩스나 메일로 여러 곳에 동시에 문서를 전송할 수 있고, 간단한 복사도 가능하며, 인터넷 서버와 메일 서버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냉전 종식으로 전쟁의 위협이 감소하면서 국방과 치안에 있어서의 국가의 역할은 줄어드는 대신,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정보의 수집, 가공, 제공 능력은 이제 위정자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국가와 공무원은 선진기법을 먼저 도입하고, 장단점을 먼저 파악하여 국민을 계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광범위한 문서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구축하는 국가적 국책사업을 추진하자. 유용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정보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여유 있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이다.

조금이라도 적게 일하고,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인간다운 일을 하는 데 할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위정자나 지도자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인동(한국인식기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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