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동대문 패션타운 "뒤숭숭합니다"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타운 중 하나인 동대문 주변 상가들이 운영위원회와 입주상인들간의 마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날 신경제 모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 ‘패션벤처 빌리지’의 상가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요즘 상가운영위원회와 상인들간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이 지역의 대표적인 패션상가인 ‘밀리오레’에는 최근 한 상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상가운영위와 상인들의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달 18일 ‘밀리오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밀사모)이라는 상인단체의 회장 김모씨(61)가 단체 소속 상인을 도와 물건을 나르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김씨는 이날 ‘홍보비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들에게 상품 반입을 저지 당하던 회원을 도와 상가 1층 후문에서 상품을 나르던 중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로 판명이 났지만 상인들은 김씨가 경비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보비 사용 내용의 완전 공개를 요구하는 ‘밀사모’ 소속 상인 40여명은 밀리오레측이 “홍보비는 다른 경쟁상가에 대한 대외비이며 상당 부분은 이미 운영위 사무실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초부터 납부거부 운동을 벌여왔다.

또 검찰은 지난 3개월간 두산타워, 디자이너 클럽 등 동대문 일대의 유명상가 운영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8일 운영위 간부 13명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개별 점포주들에게 강제로 운영위측에 임대권을 위임토록 하거나 입점을 대가로 세입상인들에게 임대보증금 외의 웃돈을 받은 혐의였다.

검찰수사 이후 해당 상가의 운영위는 수사에 협조한 상인들에 대해 원망의 목소리를 터뜨렸고 상인들은 운영위를 더욱 불신하게 됐다.

▽마찰의 원인〓상인들은 운영위측의 일방적인 운영방식에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등기분양자들이 주로 입주해 있는 누죤 등 몇몇 상가에선 운영위에 점포운영권을 위임했던 점포주들이 다시 자체적인 운영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점포주(35)는 “점포주도 모르게 세입상인을 교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상가발전을 위해 능력 있는 상인으로 교체했다고 하지만 점포주와 상의 정도는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전체 매출이 줄고 주변에 유사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면서 고객마저 분산되자 상인들의 피해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상가운영위 관계자는 “동대문 일대의 분양회사나 상가운영위는 모두 상인들의 영업환경 개선과 상가 전체의 매출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인들이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