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임미애/인터넷 도농공동체를 꿈꾸며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38분


농사짓는 사람 50여명이 모여 공동으로 ‘농촌과 도시’(www.nongchon21.com)라는 쇼핑몰을 열고 도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남을 갖기 시작한 지 어언 1년. 우리들 생활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 유통시장에 상품을 출하했다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을 때의 설움은 농사짓는 어려움보다 훨씬 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농민들에게도 인터넷이란 새로운 ‘농기계’가 생겨 도시민들과 대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의성군에 사는 젊은 귀농부부(기쁨농장)는 작년에 깎지 않고 먹는 저농약 사과를 재배해 온라인 판매 첫 해에 일찌감치 생산량을 모두 파는 성과를 올렸다. 또 다른 젊은 농군(맑은터 농장)은 올해 자두꽃이 필 무렵부터 재배과정을 소상히 소개하며 상품을 예약 받고 있는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 소비자들과의 만남은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상품이 오고 가다 보니 어느 날부터 도시에서 아이들이 입던 옷가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장난감이나 책도 보내주곤 한다. 이쪽에서는 유명한 의성 육쪽마늘을 보내주고 설탕이 섞이지 않은 진짜 꿀맛도 보여준다.

이제 휴일이면 온가족이 놀러 내려오는 도시민도 적지 않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 주니 고맙고, 살아가는 환경은 다를지라도 애정을 갖고 얘기꽃을 피우니 이곳 생활도 한층 즐거워졌다.

인천에 사는 초등학생 수빈이는 엄마 따라 내려와 여왕벌도 구경하고 밀과 보리가 어떻게 다른 지도 알게 됐다. 새로 사귄 친구인 맑은터 농장의 효인이와 토끼풀로 만든 꽃가락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서울의 40대 주부는 우리 덕분에 “먼 데 계시는 부모님께 계절마다 새 과일을 챙겨드리는 효녀가 됐다”고 좋아한다. 간혹 외국에 있는 교포들로부터 고국의 풍경과 자연 사진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e메일까지 받으니 즐거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사를 지으며 인터넷이란 세상을 알았다고 바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농사짓는 자긍심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만남 속에 농촌과 도시의 인터넷 공동체 세상을 열 수 있으리란 희망만은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임미애(농산물쇼핑몰 ‘농촌과 도시’ 이사·경북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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