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조종사

  • 입력 2001년 6월 13일 18시 27분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부러워했던 일이다. 나는 언제나 비행기를 타 볼 수 있을까, 저 비행기를 ‘모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들이다. 조금 크면서는 조종석에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바다와 섬, 산맥들, 그리고 이·착륙을 하면서 맞는 저녁놀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런 탓인지 비행기 조종사는 지금도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이따금 공항 등지에서 제복을 입고 걸어가는 조종사들을 보면 아무나 하기 힘든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읽혀진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조종사였다. 그는 자신의 조종사체험을 살려 여러 편의 소설을 썼는데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인간의 대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대지는 우리에게 온갖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이 소설을 비롯해 ‘야간비행’ ‘전시조종사’ ‘남방우편기’ 등 여러 작품 속에서 그는 비행하며 캐낸 인간과 대지와 우주의 진리를 찬탄하고 있다. 대지와 하늘의 색조(色調), 바다 위에서 이는 바람의 발자취, 황혼에 물든 구름들, 고요한 목장들….

▷물론 조종사가 그처럼 꿈의 직업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느 직업보다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비행 중 폭풍우 태풍 눈보라 회오리바람 등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악천후가 비행기를 집어삼킨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최근 들어서도 많은 조종사가 순직했고 행여 사고라도 나면 조종사 과실로 돌려지기 일쑤다. 인력부족 때문에 비행 전 충분히 쉴 수 없고 이것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사명감만이 아닌 생활인으로서 조종사들의 입장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조종사파업과 이에 따른 항공대란을 겪으며 조종사를 보는 국민의 눈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여기에는 그들이 억대의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주장도 국민의 지지가 없이는 성공할 수가 없다. 선망의 직업인 조종사들에 대한 아름다운 꿈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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