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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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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사의 명대변인으로는 자유당시절 이름을 날린 민주당의 조재천(曺在千)씨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당 선전부장이었던 그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구호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말을 아끼면서도 한번 입을 열 때는 논리 정연하게 상대방을 몰아세웠다. 조대변인 때문에 자유당은 자주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지곤 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도 60년대에 명대변인이었다. ‘정당의 입’인 대변인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거치고 싶어하는 자리다.
▷그런 대변인 자리가 근래에 와서는 상당히 ‘값’이 떨어졌다. 대변인은 당 조직상 주요당직자에 들어가는 데도 초선의원들이 그 자리를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관록있는 정치인들의 유머나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논평은 사라지고 시정에서나 오가는 험한 말들,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만이 정치판을 횡행하고 있다. 한동안 여야 대변인 사이에 ‘품위있는 말을 하자’는 신사협정이 맺어지는가 싶더니 며칠만에 그 약속이 깨지기도 했다. 누가 험담을 잘하느냐가 명대변인의 척도처럼 된 게 요즈음의 정치판이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목포 앞바다에 목이 둥둥 떠 다닌다”는 등 상식 이하의 험담을 해 말이 많다. 목포사람들이 김대통령을 좋게 보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는 하나 표현이 너무 혐오스럽다. 이 말을 들은 민주당측도 ‘시정잡배만도 못한 막가파식 발언’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어느 한 쪽도 ‘어른스럽지 못하면’ 험담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내뱉는다고 전부 말이 아니다. 정치인의 말은 특히 그렇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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