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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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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열린 ‘재테크 카페’에서는 전문가들의 자기 분야의 주요 트렌드를 점검했다. 사회는 양세정교수가 맡았다. 주식투자 경험이 풍부한 주부 문홍임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양교수〓모두 바쁠텐데 자리를 같이해 반갑다. 먼저 주식시장부터 얘기해보자.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고객들의 증권사 객장 발걸음이 늘어날 것 같다.
▽이지점장〓남성들이 회사일에 매여있기 때문에 객장을 찾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그 돈을 불리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증시가 활황일 때는 괜찮지만 하락세일 때는 치마바람으로 치부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문씨〓치마바람은 그래도 고운 표현이다. 주식투자하는 주부를 심지어 도박꾼으로 모는 이들도 있다.
▽이지점장〓주식투자는 어중간한 부업보다 더 낫다. 증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도 할 수 있다. 이제 여성들도 미리 준비하고 투자하는 전문가적 의식을 갖춰야 한다.
▽양교수〓하지만 여성을 위해 쉽게 풀어준 정보는 별로 없다. 여성이 많이 참여하려면 증권사에서 기초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지점장〓증시흐름과 경기상황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있다. 적극적인 여성들은 사이버트레이딩과 선물옵션 강좌에도 많이 참여한다. 주부들은 직장인에 비해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배울 기회도 충분하다. 돈을 버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가령 남편 퇴직금을 싸들고 객장으로 무조건 달려가는 것은 기본이 안된 자세이다. 투자에는 반드시 위험(리스크)을 감안해야 한다.
▽문씨〓주식투자를 하다보니 경기순환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경기상황에 따라 살 시점과 팔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양교수〓저금리로 은행 상품의 매력이 떨어졌다. 은행을 통해 재테크하는 이점이 있을까.
▽오대리〓재테크는 은행을 이용한 목돈마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편 월급 100만∼2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창업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요즘 은행 고객들은 구체적인 상품을 소개받기 보다는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재테크 방향을 잡고 싶어한다. 월수 200만원으로 몇 년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가 하는게 대표적인 궁금증이다. 하지만 초보주부들은 월급관리와 주택자금 교육비 노후자금 등 장기계획을 세우는데 필요한 지식이 너무 없다.
▽양교수〓고객들이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원하는 건가.
▽오대리〓종합자산관리는 증권사가 ‘큰손 고객’들에 초점을 맞추는 분야이다. 보통 주부들에게는 기간을 정해 목돈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목돈마련을 위한 적금상품을 고를 때는 이자율보다 끝까지 불입하는 의지가 더 필요하다고 상담해준다. 이 경우 저금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고객들은 원금보전과 투자수익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양교수〓집을 고르는 결정권은 여성이 쥐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세가격이 많이 올라 집을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고민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지침이 있나.
▽김이사〓앞으로의 가격상승률 전망이 전세냐 매매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집값은 4∼5%대의 경제성장률이나 금리와 비슷한 순환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가격도 이미 ‘고도 성장기’를 거쳤기 때문에 추가 대세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통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3000만∼4000만원이면 사자에 나선다. 전세살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신혼부부도 2번정도 이사다니면 내 집을 갖겠다고 생각을 바꾼다.
▽오대리〓은행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면 집값이 연간 7%이상은 올라야 대출금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주택자금대출 상담을 하는 고객들에게 집값 상승률을 꼭 따지라고 조언해준다.
▽김이사〓아직도 연간 수익률이 10%이상인 아파트가 100∼200개는 나오고 있다. 특징은 재건축이거나 역세권 소형아파트들이다. 이런 곳에 투자하면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이지점장〓주식에서는 공모주청약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투자자들 중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공모주청약만 하는 경우도 많다.
▽김이사〓부동산의 유일한 단타매매는 분양권전매였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많다. 어쨌든 부동산 소유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버팀목 역할을 한다. 최종 투자대상이라는 의식도 있다.
▽양교수〓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실직 당하더라도 재기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미국은 홈리스(homeless)가 되는 시간이 짧지만 우리의 경우 가계안정도가 높은 편이다. 요즘은 주부 창업이 늘어나지 않았나.
▽이소장〓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가장의 지위가 흔들렸다. 직장생활을 오래하면 누구나 창업이 힘들다. 남편의 창업은 아내의 자세에 따라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떤 아내는 무조건 재취업을 원한다. 남편이 빨리 직장을 구하다보니 다시 좌절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특징은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문화센터 등의 강좌내용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직업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많아졌다. 적극적인 주부라면 대부분 조리사나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놓기도 했다. 남편들이 아내를 내세워 부업하는 경향도 많다. 창업했다 망해도 좋으니 해보라고 부추기는 남편들이 적지 않다. 미혼여성이 직장이 없을 경우 결혼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지점장〓창업한다고해서 모두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이소장〓안타까운 것은 금방 뭔가를 시작해서 직장생활보다 더 많은 수입을 원하는 점이다. 100만원 벌이는 안하겠다는 여성들도 많다. 단기에 얼마를 벌겠다는 것보다는 장기계획을 세워 2∼3년 체험해보고 자기만의 사업아이템을 찾는게 중요하다.
▽김이사〓거리를 지나다보면 비슷비슷한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가 많다. 너도나도 다 같은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나.
▽이소장〓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는 업종을 골라야 한다. 업종 순환주기가 전에는 7∼10년이었지만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판단기준은 어느 업종이 좋다더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주변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 도입기로 보면 된다. 전문적이거나 독창적인 사업을 개발하면 쇠퇴기라도 생존할 수 있다.
▽양교수〓장시간 얘기해줘서 고맙다.
<정리〓이진·이나연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