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명광고]日아지노모토-산토리…'1등제품' 넘치는 자신감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23분


가깝고도 먼 나라-일본광고 엿보기.

일본의 광고는 우리의 정서에 와닿는다. 역사적으로 많은 연관성을 가진 이웃 나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36년간 애증의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일까. 어순이나 사용하는 한자투 용어도 비슷한 것이 많다. 다만 일찍부터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 광고는 한국보다 앞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먼저 ‘아지노모토’라는 된장국 조미료 광고를 살펴보자(사진1). 일본에서는 보통 식사때 ‘미소시루’라는 된장국을 먹는다. 아지노모토는 이미 시장에서 1위 브랜드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한 제품.

조간신문의 일반기사 한가운데 손이 불쑥 튀어나오게 연출한 이 광고는 우선 그 시각적 도발성이 눈길을 끈다. 흑백지면을 배경으로 한 컬러는 당연히 확 도드라져 보인다.

카피는 “자∼식기 전에 신문을 접어주세요, 아버님”이란 내용. 따뜻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 된장국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러나 제품이 맛있다던지, 특별한 재료만 썼다든지 하는 ‘당연히 있어야 할’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두번째 광고는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산토리의 음주문화 캠페인. 산토리는 일본내 부동의 1위 주류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좀 ‘황당한’ 캠페인을 거의 10년째 해 오고 있다(사진2).

왼쪽 위로 보이는 카피는 ‘나는 당신과 맞지 않아요’란 내용. 배경그림은 남녀가 헤어지는 모습이다. 뭐가 맞지 않는다는 말일까? 작은 글씨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그렇습니다. 술과 약은 서로 궁합이 안 좋습니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과 함께 먹으면 평소 보다 졸음이 쏟아져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내거나 당할 수 있습니다. 잊지마세요.’

이 두 광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기 자랑을 늘어 놓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1위 브랜드’란 점을 드러내는 무언의 자신감이 아닐까. 다시 말해 1등이기에 할 수 있는 광고, 제품 이야기를 주절주절하지 않으면서도 친근감과 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광고란 말이다. 심지어 자기 제품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도 자신있게 내세우기까지 한다.

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류의 캠페인성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1등 브랜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통은 생각해 낼 수 없는 창의적 발상을 담는 작품이 많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김욱현(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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