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7]"식품회사의 생명은 신뢰"…네슬레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41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차로 1시간을 달리면 소도시 부베에 닿는다. 유엔이 선정한 가장 세계화된 기업, 세계 1위의 식품업체 네슬레는 의외로 조용한 시골에 자리잡고 있다. 네슬레 본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그림엽서에 나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경치. 레만호(湖)를 끼고 있는 사옥에서는 멀리 알프스의 만년설이 보인다.

네스카페, 초이스커피, 로레알화장품 등으로 유명한 네슬레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은 23만명. 몇 년 전 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네슬레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있다.

▽윤리가 성공의 열쇠〓‘자본주의 기업의 이윤추구와 기업윤리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까?’ 네슬레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이 질문에 정답을 제공한다. 네슬레가 밝히는 해답은 ‘윤리적이어야 성공한다’는 것. 윤리와 투명성이 있어야 안정된 수익 창출과 기업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부베에서 만난 네슬레 본사의 한스 렌크 부사장은 윤리와 투명성을 ‘기업을 움직이는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이익추구는 합법적인 일입니다. 기업의 투자자들은 이익을 평가기준으로 삼으므로 당연히 수익도 중요하죠. 그러나 이익 자체가 기업을 움직이는 ‘엔진’은 아닙니다. 네슬레 같은 식품업체는 언제나 소비자들에게 노출돼 있습니다. 저희 제품은 생명과 직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자칫하면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고 맙니다. 언제나 윤리와 품질 같은 ‘기본’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존슨&존슨
2. 3M
3. 美 기업평가 시스템
4. 다국적 기업 나이키
5. 사우스웨스트
6. 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
7. 네슬레
8. 노키아
9.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10. 전문가 좌담-독자 반응

렌크 부사장은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익만 좇다 이미지가 나빠지면 매출이 떨어집니다. 만일 신뢰를 잃으면 주주도, 금융계도 등을 돌립니다. 따라서 기업경영에 있어 윤리와 투명성은 핵심적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네슬레는 이를 위해 ISO와 별도로 자체적인 품질규격을 운영한다. 네슬레의 자체규격은 ISO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자체 환경보호시스템인 NEMS(Nestle 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를 만들어 전 세계 지사와 생산공정에 적용한다. 각 사업부에서는 의무적으로 생산결과를 보고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 등 환경보호를 위한 외부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생수를 생산하는 네슬레의 긍정적 이미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실패에서 얻은 교훈〓물론 네슬레에도 위기는 있었다. 창업자 네슬레는 1867년 영양실조로 죽어 가는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세계 최초로 분유를 개발했다. 그러나 네슬레 분유는 1960년대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뜻밖의 사태를 맞았다. 기본적인 위생상식과 깨끗한 상수도가 없는 곳에서 분유가 아이들이 병에 걸리는 원인이 된 것.

또 어머니들이 비싼 분유를 아끼기 위해 물을 많이 타는 바람에 아기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경우까지 발생하자 네슬레는 전례가 없던 마케팅 축소정책을 실시했다. 산모들에게 직접 판촉을 하지 않고 모유를 대체하는 제품은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공급하기로 한 것. 홍보담당 분석전문가 베로니카 로이는 “만약 규정을 어기면 해고당할 수도 있다”며 “이런 철저함 때문에 네슬레가 소비자의 신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장기적 관점에서〓네슬레는 한번 진출한 지역에선 여간해서 철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업철수를 꺼리는 것 역시 ‘신뢰’ 때문. 현지 소비자와의 장기적 관계를 고려한 것이다. 지금까지 해외지사가 철수했던 것은 공산화 직후의 중국과 쿠바 단 두 곳뿐이었다. 네슬레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러시아의 쿠데타 와중에서도 물러나지 않았고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자리를 지켰다. 당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현지 투자자들은 주식을 거의 모두 처분했었다.

철저한 현지화도 필수적이다. 네슬레 직원의 98%는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현지 지사에 많은 권한을 넘기며 해당국 경제주체의 일원임을 강조한다.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지역경제 개발과 학교운영 등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종교적 측면도 철저한 고려의 대상. 이슬람국가에서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팔지 않는다. 이것은 고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주재국 국민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여간해선 대규모 해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언제나 몇 년 앞서 세심하게 사업계획을 짠다. 네슬레 관계자들은 ‘다른 다국적 기업과는 달리 노동조합의 불매운동이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africa7@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