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인터넷 공황-新경제 몰락후 새 틀을 찾아라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49분


인터넷 공황

마이클 만델 지음

214쪽 1만원

디지털혁명으로 불황을 전혀 모른다는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을 지탱해온 하이테크산업이 손실을 보기 시작했으며, 기술주의 가격이 폭락했고, 경제성장률은 1995년이래 가장 낮아졌으며 실업률은 가장 높아졌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은 금년 들어 지금까지 네 차례나 이자율을 낮추면서 주가 상승과 벤처투자를 자극했지만 경기회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든지 공황에 빠지리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비즈니스 위크’지 경제분야 수석편집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미 신경제가 공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공황이 나타나면 지금과 같은 시장 찬미론은 사라지리라는 점을 예언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미국 경제가 어떻게 고성장, 저실업, 저인플레이션이라는 신경제를 달성할 수 있었는가를 먼저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신경제가 미국 경제에만 독특한 요소들의 선순환을 통해 달성되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이 독특한 요소들의 악순환이 시작하면 신경제는 사라지고 장기간의 심각한 인터넷 공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경제를 창조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혁명이라는 기술혁신, 이 기술혁신을 추진한 벤처자본, 벤처자본에게 대박을 얻을 수 있게 한 흥청거린 주식시장, 고숙련의 기술자집단을 벤처기업에 묶어 둘 수 있었던 스톡옵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더 큰 수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와 기술자가 많았다는 점 등이다.

모험적인 투자자의 자금을 수집한 벤처자본이 혁신에 몰두하는 벤처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수많은 혁신이 탄생했다. 이 혁신은 새로운 상품,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판로, 새로운 지식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확대 심화했다. 그렇게 해서 고용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촉진되었다.

그런데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혁신에 몰두했기 때문에, 자본재나 원자재 및 완제품의 원가가 내려갔고, 또한 무한경쟁 속에서 대기업이라도 가격을 인상할 수 없었으므로,고성장과 저실업 아래에서도 인플레이션은 낮았던 것이다.

이러한 신경제도 위기에 빠질 우려는 매우 높다. 예컨대 주가가 폭락했다고 하면, 벤처자본은 ‘대박’을 얻을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혁신이 나타나지 않아 저성장, 고실업 상태가 올 것이다. 또 물가 측면에서는 혁신이 없어 노동생산성이 상승하지 않고, 또한 경쟁이 약화돼 대기업이 상품 가격을 인상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높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저성장, 고실업, 고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더욱 더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는 점이다.

주가가 폭락함으로써 주식 소유자의 재산이 격감하고, 실업자가 많아 임금수준이 대폭 삭감되기 때문에, 소비수요가 크게 축소되어 경제를 더욱 위축시킨다. 또한 대외적인 면에서 고인플레이션은 달러의 대외가치를 낮추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달러표시 주식을 팔기 시작함으로써 주가는 더욱 폭락하게 된다.

이리하여 발생한 ‘인터넷 공황’은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이 바뀌어 새로운 자본 축적을 가능하게 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터넷 공황이 다가오는 것을 정부 당국자가 알아차려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인터넷 공황은 이제 처음 부닥치는 것이므로 그 처방에 실수를 범할 수 있다. 1930년대의 대공황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공황이 더욱 심화되고 악화된 것과 마찬가지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노동생산성이 지체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정부 당국자는 이것이 혁신적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 오히려 이자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인터넷 공황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후의 대부자로 역할 하는 국제금융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외환위기에도 대처할 수 없는 자금만 갖고 있어 ‘최후의 대부자’로서 역할 할 수 없다. 인터넷 공황이 발생해야만 세계 각국이 각성해 새로운 세계경제체제가 건설되리란 전망은 이런 추론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은 신경제를 매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이 신경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큰 지금 이 책을 통해서 경착륙 이후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제 ‘The Comming Internet Depression’(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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