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 '장 폴 고티에' '제 5원소'의 그 옷...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43분


‘제5원소’는 기상천외한 내용과 함께 등장인물들이 입고 나온 의상 때문에 화제가 됐던 영화. 여주인공 밀라 요보비치가 입고 나온 붕대를 감은 듯한 옷, 브루스 윌리스의 오렌지색 셔츠, 개리 올드먼의 중세 귀족풍 의상, 커리 커티스의 중성적이면서 탐미주의적인 옷 모두가 파리 패션계의 ‘반항아’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것들이었다.

제5원소에 등장한 옷들을 자세히 보면 그의 디자인 세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의 옷은 마치 초현실주의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 폴 고티에는 파리 패션계의 판도를 변화시킨 디자이너로 꼽힌다. 자크 에스트렐, 파뜨, 피에르 가르뎅 등의 패션브랜드에서 10여년간 실무를 익힌 뒤 1978년 자신의 첫 컬렉션을 열었다. 이때 일본 카시야마사(社)는 재정부분을 맡은 인연으로 장 폴 고티에 브랜드의 지주회사가 됐다. 이런 이유까지 겹쳐 장 폴 고티에는 일본의 패션마니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보수주의자들로부터 ‘펑크족의 아류’라고 격하되기도 했지만 그의 옷은 뉴욕의 지성적인 여피족 사이에서 앞서가는 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평론가들보다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는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옷이 대중성을 얻은 이면에는 튀는 디자인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는 컬렉션에 발표될 의상 하나하나를 완성하는 행복감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위대한 디자이너라는 명성에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 작업실에서 고심하며 의상을 완성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

달리의 그림처럼 보는 이를 꿈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장 폴 고티에의 작품. 그의 옷은 걸치는 사람을 상상속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단지 몸에 걸치기 위한 옷에서 ‘이야기’가 있는 옷으로 패션의 차원을 끌어올린 장 폴 고티에. 패션 마니아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속에서 그의 다음 컬렉션을 기다리고 있다.

장 현 숙(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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