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MD계획과 한반도

  • 입력 2001년 5월 2일 23시 36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일 발표한 미사일방어(MD) 계획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일 오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계획의 추진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의 이해를 구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밝힌 MD 계획은 기존 국가미사일방어(NMD) 개념을 다소 변형시킨 것이다. MD 계획은 미국의 방어뿐만 아니라 우방 및 동맹국 안보까지 포함시키는, 보다 확대된 개념이다. 세계적인 안보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미국의 ‘야심찬’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MD 계획은 기본적으로는 소량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미국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MD 구상은 미국이 가상하고 있는 잠재적 적국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효용성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MD 계획은 부시 행정부가 ‘테러국가’로 지목하고 있는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도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에도 북한은 “미국이 NMD로 우리를 압살하려 한다”며 반미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MD 계획이 21세기에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기 위한 미국의 음모라며 공동으로 대응할 움직임이다. MD는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긴장과 갈등을 유발시킬 것이 틀림없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MD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립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 정립은 대단히 어려운 외교적 숙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기존의 한미 동맹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러시아 중국 북한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북―미관계가 경색돼 있는 터에 MD는 남북대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이 MD 추진을 공식 천명했지만 실제 배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국내적으로도 MD의 실효성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이 분명하고, 수천억 달러가 소요될 예산문제와 기술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MD 추진의 전제 조건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의 개폐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한편 주변국들간의 갈등 고조에 대비한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