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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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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완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대표적인 느림보 타자. 그러나 박경완의 농담에는 뼈가 있었다. 91년 입단 후 첫 4년간 단 1개의 도루도 하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생애 최고인 7개의 도루(실패 4개)를 성공시키며 주루플레이에도 눈을 떠가고 있던 중이었다.
올해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박경완의 장담이 ‘우습지도 않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만루홈런만 2개를 포함해 4개의 홈런을 몰아친 박경완은 불과 23경기를 치른 1일 현재 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 실패가 하나도 없다는 게 또 다른 자랑. 이 페이스면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서 홈런은 40개, 도루는 29개를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경완은 “그동안 도루를 하지 못했던 것은 발이 느린 탓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100m를 13초F에 주파하는 그의 스피드는 사실 프로야구 선수 중 중상위권에 속한다. 다만 수비에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포수로서 도루를 삼갔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함께 ‘돌아온 홈런왕’ 장종훈(33·한화)도 나이를 잊은 날쌘 주루플레이로 야구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올 시즌 8개의 홈런으로 시즌 중이긴 하지만 92년 이후 9년 만에 홈런 선두에 나선 그는 도루에서도 6개를 기록, 이 부문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경완과 함께 그 역시 도루 실패가 하나도 없다. 이대로라면 46홈런―35도루의 페이스.
사실 장종훈은 지난해까지 프로 14년간 108도루를 기록, 결코 발이 느린 타자는 아니었다. 91년에는 35홈런에 21도루로 ‘20―20클럽’에도 가입했었다. 다만 30대에 접어들면서 부상의 위험도 있고 해서 뛰지 않았던 경우. 최근 3년간 도루는 8개에 불과했다.
과연 박경완과 장종훈은 올해 ‘20―20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