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원자력발전 '제2전성기' 올까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0분


원자력 발전에 제2의 르네상스가 오는가.

79년 미국의 드리마일 원전과 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왕따’당했던 원자력발전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이 25년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할 움직임인 데다, 세계적으로 차세대 원자로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등 원자력 발전이 올 들어 봄을 맞고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악의 전기공급 부족과 정전사태를 경험했던 미국은 최근 대안을 원자력에서 찾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핵에너지에 대해 호의적인 부시 행정부가 곧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제임스 레이크 미국 원자력학회 회장은 “3년안에 미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지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버몬트주의 낡은 원전에 대한 인수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원자력이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국제 원유값이 폭등하는 등 에너지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럴당 10달러 수준이던 원유값이 최근 3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한때 각광받았던 천연가스는 값이 크게 오르면서 과거의 인기를 잃고 있다.

장인순 원자력연구소장은 “기후변화협약, 탄소세 등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면서 원자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열, 풍력 등 이른바 ‘깨끗한 대체에너지’기술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원자력이 인기를 회복한 이유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 사업도 올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차세대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와 다른 핵연료나 냉각제 등을 사용해 안전성과 경제성은 10배 이상 높인 대신 방사성 폐기물은 크게 줄인 것으로 현재의 3세대 원자로와 구별해 4세대 원자로로도 불린다. 현재 1∼2년 주기로 바꿔야 하는 핵연료를 10년 이상 사용하거나, 원자로 관리를 컴퓨터로 자동화해 사고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는 목표다. 특히 원전 사고중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노심 용융’ 가능성을 현재의 10%이하로 낮추고, 핵폐기물도 1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미국 중심의 ‘NERI 프로젝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고속증식로나 유럽연합(EU)이 개발하고 있는 고온가스로 등이 대표적인 4세대 원자로 후보들.

고속증식로는 지금은 핵연료로 쓰지 못하는 우라늄238을 플로토늄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으며, 고온가스로도 냉각제로 물 대신 고온 가스를 이용해 원자로를 지금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돌려 열효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울진 5, 6호기나 영광 5, 6호기가 3세대 원전에 가깝게 설계됐으며, ‘NERI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섣불리 ‘제2의 르네상스’를 점치기는 아직 어렵다.

사민―녹색당이 집권한 독일은 거꾸로 2020년까지 19기의 원전을 폐쇄해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미국도 신규 원전 건설은 상당한 반대의 벽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반핵 단체들은 환경 오염이나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원전을 건설할 경우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안겨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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