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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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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대를 몰아치는 스피드와 파워로 승부한 헤비메탈이 평정했다면 힙합은 즉흥적인 랩과 흑인 음악 특유의 리듬감으로 90년을 넘어 현재까지 그 음악적인 족적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힙합의 음악적인 생명력과 함께 무대 안팎에서 벌어지는 뮤지션들의 격정적인 삶 역시 음악 팬들의 관심거리였다. 동서부 힙합 뮤지션들의 분쟁이 총격 사건으로 이어졌던 투 팩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죽음이 그랬는가 하면 퍼프 대디와 제니퍼 로페즈의 염문, 최근 힙합 뮤지션들의 엽기적인 노래가사들까지 세계적인 이슈 메이커로 등장하고 있다.
또 하나 힙합을 둘러싼 담론 중의 하나는 힙합 뮤지션들의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다.
95년 힙합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투 팩이라는 힙합 대부들의 죽음으로 비화된 동서 힙합 랩퍼들의 분쟁에서 볼 수 있듯 이런 뮤지션들의 연관관계는 그들의 음악적인 특징을 요약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음악적인 메시지를 중요시하는 동부 힙합이 우탕클랜, 맙 딥, 나스등의 연대를 가지고 있다면 닥터 드레, 스눕 도기 독, 아이스 큐브로 대표되는 서부의 힙합은 리듬과 비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을 통해 그들만의 입지를 돈독히 했다.
특히 양대 진영을 대표하는 힙합 레이블인 배드 보이스와 데스 로우는 이런 음악적인 특징을 요약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배드 보이스 레이블 리더인 퍼프 대디는 'I'll Be Missing You'를 통해 동서 양진영의 화해 무드를 조성했는가 하면 그의 앨범을 통해 자신의 레이블 소속의 뮤지션을 소개하는 등 힙합계의 마이더스 손으로 자리 잡았다.
비록 힙합 본연의 반항적인 음악성과는 거리가 있는 대중적인 음악성으로 힙합 마니아들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힙합의 대중화라는 큰 맥락에서 보면 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퍼프 대디의 이미지는 '양군 기획'을 이끌고 있는 양현석과 허니 패밀리, 영턱스 클럽을 데뷔 시킨 이주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서태지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가려 춤꾼으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이후 이들의 행보는 스타 부재의 시대에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양현석은 지누션, 1TYM등의 앨범과 ‘악마의 연기’가 수록된 '무기' 앨범을 통해 힙합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99년에는 양군기획의 멤버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 'YG 패밀리'를 통해 각각의 뮤지션들의 역할 분담을 시도해 무대를 제압함으로써 미국 힙합 뮤지션들의 활동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누션, 1TYM, YG 패밀리의 앨범에서 보듯 양군 기획의 앨범은 힙합 본연의 저항의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이들의 앨범은 자극적인 멜로디와 리듬으로 10대의 감성에 다가간다.
물론 지누션의 '태권 V'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나 1TYM의 'One Love', ‘쾌지나 칭칭’에서 처럼 국악 등을 가미해 한국적인 힙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좀더 강력하고 직선적인 메시지를 요구하는 힙합 마니아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태지의 아이들의 춤꾼이라는 굴레를 앨범들을 통해 벗어 버렸듯 앞으로 계속될 그의 음악 작업을 통해 대중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 향해 그 음악적 수위를 높여 갈 양현석의 앞날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