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당연합'의 기만극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4월 임시국회가 또 파행으로 끝났다. 국무총리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과정에서 공동여당이 희한한 ‘집단기권’ 방식으로 처리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여당의 ‘국회법에 따른 표결처리’ 약속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일종의 기만이었던 셈이다.

이날 공동여당은 이탈표가 한 표만 나와도 해임안이 가결되기 때문에 사전에 기권할 의원과 투표할 의원을 선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자민련 의원 전원과 민주당 78명, 민국당 1명 등 99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 있으면서도 투표를 하지 않는 ‘작전’을 폈다. 3당 공동여당이 소속의원을 확실하게 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일종의 소극(笑劇)이었다.

이는 이른바 3당연합이 겉으로는 국회의 다수파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못믿어 표결에도 임할 수 없는 모래알 집단임을 자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미묘한 안건은 적법하고 떳떳하게 처리할 수도 없는 3당연합을 무엇 때문에 해서 야당을 긴장시키며 정국을 냉각시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야당이 걸핏하면 해임건의안 등을 내 정국을 벼랑 끝으로 모는 행태도 문제는 있다. 매번 표결을 둘러싼 여야 격돌로 국회 본연의 임무가 마비되고 안정적 정국운영을 해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측이 ‘강한 여당’만 강조하며 수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를 선호하기 때문에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 등으로 반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회파행과 여야대치의 피해가 결국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입만 열면 외치는 개혁도 법안의 뒷받침이 되지 않아 주저앉는 모양이 되고 추락하는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마련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예 야당없이 여권의 독주(獨走)로 정국을 이끌어갈 셈이 아닌 다음에야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행태는 빨리 버려야 한다.

4월국회는 파행으로 끝났지만 오늘부터 또 한나라당이 소집한 5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여당은 이번 국회가 ‘방탄국회’라며 상임위에만 참석할 모양이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4월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개혁입법과 주요 경제안건, 민생의안들을 시급히 처리해 정국의 안정을 기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당내에서조차 해임안의 편법 폐기조치에 자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유념해 사과할 건 한 뒤 국회 및 여야관계를 제 궤도에 올리려는 자세를 보여야 옳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