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수사 어떻게 될까]핵폭풍설… 미풍설… 제3몸통설…

  • 입력 2001년 4월 29일 19시 01분


박노항(朴魯恒)원사에 대한 병무비리조사가 정치권 등에 ‘핵폭풍’을 몰고 올 것인가.

정치권과 군 일부에서는 병역비리 ‘몸통’으로 불린 박원사가 정관계와 재계 유력인사 자제들의 병역비리에 개입돼 있어 조사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박원사가 과대포장돼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검군 합동수사에서 민간인 수사의 책임자인 이승구(李承玖)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29일 “박원사가 100여건의 병역비리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군 검찰의 발표는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박원사에 대해 “사상 최대의 뇌물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검찰 관계자는 병역비리의 ‘양’과 ‘질’은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98년 말부터 진행된 2차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했던 이 관계자는 “박원사가 수많은 병역비리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명단에 정치인 등 거물이 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축소수사를 우려하는 여론이 많아 정치인 자제의 명단을 다 뽑아 의심스러운 사례를 역추적했지만 나온 것이 거의 없었다”며 “박원사나 원용수(元龍洙)준위에게는 자영업자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줄을 댄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98년 6월부터 시작된 1차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상식적으로 정 관 재계 실력자들이 박원사 같은 ‘중하위’ 급에 청탁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1차 수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박원사 검거 직후 야당의 핵심 실력자 자제가 박원사를 통해 병역문제를 해결했다는 말도 나돌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검찰 간부들조차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원사 외에 ‘제3의 몸통’이 따로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와 관련해 박원사의 옛 상관으로 박원사를 총애했던 예비역 준위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승구부장은 “수사에서 어떠한 예외도 없으며 정치인이 나오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그러나 (정치인관련 부분을) 부풀리지 말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박원사를 둘러싼 병역비리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대상도 많은 데다 박원사가 오랜 도피생활 동안 관련 증거들을 대거 은폐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박원사의 여인들' 역할은▼

박노항(朴魯恒)원사의 도피를 도왔다는 김모씨(54·여·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대해 검찰이 28일 범인도피 및 뇌물교부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김씨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장에 따르면 김씨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대가로 박원사에게 돈을 줬고, 첫 은신처인 서울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를 얻어줬다. 특히 김씨는 박원사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1000만원을 대신 받아주고 박원사의 수표를 보관하는가 하면, 매달 박원사의 아파트를 찾아가 관리비를 내고 반찬 등을 마련해주며 99년 7월까지 박원사의 도피생활을 도왔다.

검찰은 일단 김씨가 아들의 병역청탁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박원사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정기적으로 박원사를 만나는 등 단순한 도피방조 이상의 역할을 한 점을 중시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박원사와의 특별한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검찰조사에서 “박원사와는 97년 10월 용산역 앞에서 차량접촉 사고로 알게 됐고, 두 아들은 박원사를 만나기 전인 96년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CF모델 겸 탤런트로 활동한 김씨는 지난해에도 군 수사당국의 방문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박원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여인들도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김씨와 박원사를 연결해준 것으로 전해진 또 다른 김모씨, 박원사에게 500만원을 건네고 10여 차례 전화통화한 혐의가 포착된 제3의 김모씨, 박원사와 카바레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오모씨, 과거 수사진의 조사를 받은 박모씨 등이 대상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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