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결승골 뽑은 안효연 "실감이 안난다"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43분


안효연
‘그래 이 맛이야.’

27일 이집트의 카이로국제스타디움에서 열린 LG컵 2001 4개국 친선축구대회 이집트와의 결승전. 후반 16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설기현(22·벨기에 앤트워프)이 밀어준 볼을 받아 문전을 파고들며 수비수 3명을 차례로 제치고 결승골을 뽑아낸 안효연(23·일본 교토 퍼플상가). 그의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딱 1년 전. 지난해 5월 시드니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해 훈련하다 허리를 다쳐 평생 한 번 일 수도 있는 올림픽 출전을 못한 기억이 떠올랐던 것. 5개월이 넘게 통원치료에 매달렸지만 결국 TV로 올림픽축구를 지켜봐야 했었다.

“솔직히 골을 넣고도 실감이 안 났다.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는데 운좋게 결승골을 터뜨려 너무 기쁘다.”

히딩크 감독은 그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 줄 아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왼쪽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는데 공격 때와 수비 때 자신이 어느 선까지 움직여야 되는지 알고 플레이를 했다는 것.

“아직 몸상태가 90%밖에 회복이 안됐다. 큰 욕심은 부리고 싶지 않다.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에 주전으로 뛰고 2002월드컵 때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안효연도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해외파’ 중의 하나. 일본 J리그 2부리그에서 뛰고 있다. 올 초 일본에 진출할 때 1부리그 2, 3개팀에서 손짓을 했는데 부상 여파로 1부로 갈 경우 벤치를 지킬 것을 염려해 박지성이 뛰고 있는 교토 퍼플상가로 갔다. 올시즌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벤치를 지키는 빅리그 선수보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하급리그 선수를 우대하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에 딱 들어맞은 셈.

안효연은 “일본축구는 수비도 거칠고 기술도 발달해 2부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문전처리 미숙이란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그런 소리는 잘 안 듣는다. 유럽에 진출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카이로〓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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