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지금 전직대통령들의 수난시대다. 카를로스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무기밀매에 간여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페루의 반부패 특별검찰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대통령을 부정부패혐의로 법정에 세울것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재수감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대통령은 고혈압으로 감방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부패스캔들로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지 모른다.
▷에스트라다의 사진속에 우리의 두 전직대통령이 겹쳐진다. 몇 년전 수의(囚衣)를 입고 재판정에 섰던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모습이다. 이들 두분과 지금 수난을 겪고 있는 외국의 전직대통령들의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 모두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에스트라다의 표현)는 것일게다. 현직으로 잘나가던 시절 그들이 그리던 미래속에 결코 감옥같은 것은 없었을 테니까.
▷권력에 취하면 지도자들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 주변의 충고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은 지도자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세상이 됐다. 인터넷의 발달도 국민들의 부패권력 감시에 큰도움을 주고 있다. 권력을 남용하는 지도자들의 설자리가 그만큼 좁아진 것이다. 권력을 갖고 있거나 이를 꿈꾸는 사람은 그래서 한때의 갈채가 어느 순간 원성으로 바뀌어 자신을 겨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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