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 박노항 검거…지도층연루 밤샘 추궁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25분


병무비리의 주범으로 3년간 도피해 있던 박노항(朴魯恒·50) 원사가 25일 검거됨에 따라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었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비리 실체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여 큰 파문이 예상된다.

국방부 검찰단의 박노항 특별검거본부(본부장 서영득·徐泳得 검찰단장)는 박 원사를 검거한 후 국방부 영내 검찰단으로 압송해 밤샘 수사를 벌였으며 특히 정 관계를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역 관련 청탁 여부와 그의 도피를 도운 ‘세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서 단장은 박 원사 검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박 원사의 병무비리는 현재 드러난 것만 100여건에 액수도 수십억원에 달한다”며 “박 원사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에서 맡고, 관련 민간인들에 대한 수사는 서울지검에서 파견된 검사 1, 2명이 맡는 형식으로 군검 합동수사반을 재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단장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연루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박 원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은신처인 서울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33동 1113호에서 잠옷차림으로 누워 있다가 들이닥친 군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군 검찰은 2월부터 박원사의 가족들을 집중 감시해 오다 이달 15일 누나 복순씨(57·경기 의정부시)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겨 밀착 감시한 끝에 은신처를 찾아내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군 검찰의 신문에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던 박 원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듯 도피 경로와 행적 등에 대해 일부 진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이날 오후 박 원사의 누나 복순씨와 형 노득씨(63·충남 서천군)도 소환해 박 원사의 도피와 은신을 도운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영식·하태원기자>spear@donga.com

▼야 "검거 시나리오 없나"▼

민주당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고 “박노항 원사 체포를 계기로 국민의 신성한 병역의무를 도구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리를 저질러온 당사자는 물론 돈과 지위를 이용해 병역을 기피한 모든 사람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5월 정치권 사정설’을 제기한 바 있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전에 여권 관계자로부터 박 원사를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검거 경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여권이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 박 원사를 잡은 것인지 아닌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박 원사를 잡았어도 그동안 병무비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새롭게 나올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윤종구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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