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다른 할 일이 없나봐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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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강남 번화가의 교차로 U턴지점. 인도변 화단에 몸을 숨긴 한 남자가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교통위반 신고보상금제가 생긴 후 나타난 이른바 ‘전문고발꾼’이다.

불법 U턴을 하다 그의 모습을 용케 발견한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짜고짜 반말투로 내뱉는다.

“젊은 사람이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해? 사지가 멀쩡하면 제 힘으로 일해 돈을 벌어야지 왜 비겁한 짓을 해.”

난데없는 욕설 세례를 받은 고발꾼 A씨는 그러나 대꾸 한마디하지 않는다. 마치 ‘당신 같은 사람 한두번 겪는 거 아니니 혼자 떠들어라’는 표정으로.

A씨의 태연한 태도에 더욱 화가 난 운전자.

“야, 너도 한번 당해봐.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당신 자식들은 당신이 이거 하는지 알고 있어?”

운전자가 한참 만에 제풀에 지쳐 돌아가자 다시 태연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잡은 A씨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럼 할 일 없으니까 이짓 하지 할 일 있는 사람이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이런 일 하겠어?”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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