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김지운과 류승완 감독 "서로의 팬이자 자극제"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59분


“나는 ‘핫(Hot)’이고 김 감독님은 ‘쿨(Cool)’이예요. 나는 작은 거 큰 거 안가리고 흥분하는데, 김 감독님은 결정적 순간에 냉정해지니까.”(류승완)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계 단짝인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37)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28). 성격도 서로 다르고 나이 차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친해지게 됐냐”니까 류 감독은 “영화계도 요즘 신,구세대가 화합하는 추세인데 시대적 흐름을 따르는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받았다. 거의 매일 만나다 요즘은 바빠서 1주일에 2번 정도 만난다고.

서로의 영화에 호감을 갖고 있던 두 사람은 인터넷 영화사이트 씨네포엠의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각각 ‘커밍 아웃’(김지운)과 ‘다찌마와 Lee’(류승완)를 만들면서 가까워지게 됐다.

김 감독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된 공통점을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에 비유한다.

“달걀 밑을 깨뜨려 세우는 간단한 방법을 콜럼버스가 ‘먼저’ 한 것처럼 창작도 다 알고 있는 일을 누가 먼저 하느냐의 문제예요. 류 감독이 단편으로 시작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나 ‘코믹잔혹극’이라 이름붙인 내 영화 ‘조용한 가족’이나, 남들이 알지만 하지 않던 일을 시도했다는 게 서로 통하는 거죠.”(김지운)

류 감독은 세상의 모든 영화를 “액션이 있는 영화와 없는 영화”로 나누고, 김 감독은 “진짜 영화와 가짜 영화”로 나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둘 다 소문난 영화광. 싸구려 취급 받는 B급영화들 속에서도 작가적 개성을 발견해내며 함께 열광하고, 서로의 영화를 기다려주는 팬이기도 한 두 사람이 서로 받는 자극도 만만치 않다.

“특정 장르를 A부터 Z까지 섭렵하는 승완이를 보면 놀랄 때가 있어요. 풍부한 영화적 상상력과 그것을 영화로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나구요.”(김지운)

“김 감독님과 함께 밴쿠버 영화제에 갔을 때 관객들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는 시큰둥했는데 ‘반칙왕’에는 열광하더라구요. 김 감독님 영화에는 내가 흉내내기 어려운 글로벌한 감각이 있어요.”(류승완)

시종 진지하던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전도연이 캐스팅된 류 감독의 새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갖고 계속 말꼬리를 붙드는 농담을 시작했다.

“그거 자꾸 코믹액션 장르로 알려져서 죽겠어요. 정말 아닌데….”(류) “너, 아예 장르를 ‘펄프 누아르’라고 해보면 어떠니?”(김) “어,좋다! 아예 제목을 바꿀까요? 제목은 ‘펄프 누아르’, 장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장르’로?” “가만, 그거 내가 할거야. 너 써먹지마!” “아냐, 쓸래요!” “너, 하면 가만 안둔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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