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3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7일 오전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의 대우차노조 폭력진압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총재는 진압 당시의 잔혹성뿐만 아니라 경찰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노조가 법원의 결정으로 노조 사무실 출입을 허락 받았는데 경찰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 진압한 것은 공권력의 초법적 횡포여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문고시 부활에 대해서도 이총재는 “일시적으로 성공할지 모르나 곧 뒤집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사회주의 국가이냐. 신문 배달체계까지 (정부가) 손을 대게. 야당 목소리 반영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나라에도 기본이 있고 국격(國格)이 있다. 신문고시라는 제도가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정부의 간섭이란 차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총재는 또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의 3당 연합에 대해 “여당이 하루 24시간 경제 걱정을 해도 부족할 텐데 3당 연합으로 야당 포위하는 것이나 골몰하니 정말 큰 일이다”며 “포위한다고 포위가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3당 대표들이 모두 민정당 출신임을 언급하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체성은 어디로 갔느냐”며 “이런 게 바로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좌절과 혐오를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이총재는 16일 저녁 소장파 경제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선 경제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6명의 전문가들이 “현대가 아무래도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것 같다” “미국 일본 경제가 너무 나쁘고, 환율 오르는 게 심상치 않다”고 말하자, 이총재는 “경제 정책에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지켜야 하는데, 그게 너무 훼손됐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총재가 이렇게 대여(對與) 비판의 톤을 높이자 그동안 이총재의 미온적 대여 투쟁에 내심 못마땅해 했던 당 안팎의 보수층 인사들은 “야당이 싸울 때는 세게 싸워야 한다”며 반겼다.
그러나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유승민(劉承旼) 소장은 “경제문제 등에 대해선 총재가 특강 등의 형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할 것이나, 현안 문제를 정쟁(政爭)거리로 삼는 식의 대처는 피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송인수·선대인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