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월가 애널리스트 논쟁…반도체株 "지금 살때-추가하락"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41분


지난주말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월가에 반도체 경기 논쟁이 뜨겁게 불붙고 있다. 지난해초에 비해 80% 이상 떨어진 D램 가격이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재고와 PC수요가 변화하면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반도체경기 바닥 도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 논쟁의 핵심은 기술주 매수 타이밍에 관한 것으로 반도체 경기가 여름에는 바닥을 지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낙관론자가 즉시매수를 추천하는 반면 비관론자는 여름 중반이 매수타이밍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뜨는 일만 남았다”〓“반도체 경기가 바닥권에 임박했다”는 말과 함께 반도체업종의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면서 논쟁에 불을 지핀 애널리스트는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조너선 조지프. 그는 지난해 반도체 경기의 하락을 예상하는 등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최악의 시점에서 낙관론을 들고 나와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11일자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종 데이터는 펀더멘털 면에서 몇 개월 안에 바닥이 온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주문과 출하 데이터가 너무 나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오래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있어 D램 수급상황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의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올렸다. 호재에 목말라하던 미국 투자자들은 조지프의 립서비스에 힘입어 반도체주 등 기술주를 대거 매수하기 시작, 나스닥은 부활절을 맞아 큰 폭으로 반등했다.

▽“조지프의 판단은 너무 성급했다”〓하지만 조지프의 반도체 투자등급 상향에 대해 다른 증권사들의 반응은 대부분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메릴린치증권과 리먼 브러더스증권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통해 “아직은 반도체 주가의 바닥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메릴린치증권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조 오샤와 댄 헤일러는 12일 “반도체 업체들의 펀더멘털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의 주가는 여름이전에 예전의 주가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아직은 반도체주를 살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샤는 특히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이전 바닥이었던 1996년과 1998년 수준보다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리먼브러더스의 댄 나일스도 같은 날 “조지프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일스는 “올들어 이미 30% 가량 하락한 반도체주들은 향후 30∼50%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업체들의 올해 매출이 재고급증으로 18∼20% 감소하는 등 85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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