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흔들다리 흔들흔들

  • 입력 2001년 4월 13일 19시 08분


흔히 ‘여우같다’는 말은 잔꾀를 잘 부리거나 변덕스러운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 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동화책 속에서의 ‘여우’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선입견을 확 바꿀 만한 유년동화가 나왔다. 일본작가 모리야마 미야코의 이 책이 그것인데,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 여우가 이미 유년의 동심을 잃은 지 오래인 어른들에게 가식 없는 웃음을 선사해 준다.

아기여우를 비롯한 아기곰과 아기토끼는 계곡 위에 놓인 흔들다리를 건너보고 싶어 하지만 다리 밑을 내려다보면 고개가 절로 움츠러든다. 두려운 마음에 그저 흔들다리를 바라보고만 있으려는데 갑자기 다리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건너편에서 멧돼지 아저씨가 건너오는 것이 보인다.

“흔들다리 건너는 거 무서워요?” 하고 묻는 아기여우의 모습이 천진난만한 아이 그 자체다. 멧돼지 아저씨에게 다리 건너 저 쪽에도 여자 아기여우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흔들다리를 건너보고 싶은 마음은 소망으로 바뀌게 되고, 마침내는 두근두근 콩콩 떨리는 마음을 눌러 참으며 조심조심 흔들다리 위에 발을 올려놓는 아기여우!

처음에는 세 칸만, 그 다음날에는 네 칸, 조금씩 조금씩 흔들다리의 널빤지 수를 늘려가며 건넜다가 되돌아오기를 여러 날 반복하던 중 어느 사이 다리 한 가운데까지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그 곳에 앉아 어쩌면 다리 건너편에서 들을지도 모르는 여자 아기여우에게 하모니카를 불어주다가 깜박 잠이 든다.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쪽에서 친구인 아기곰과 아기토끼가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아기여우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언제 또 놀자.”

아기여우와 그 친구들의 때묻지 않은 모습을 보면 그들의 사랑스러움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작가는 더도 덜도 아닌 딱 고만한 유년기 아이들의 심리를 잘도 나타냈다. 단순하게 그려진 아기 동물들의 얼굴도 정감이 간다.

같은 작가와 화가의 또다른 작품인 ‘보물이 날아갔어’에서도 착한 아기여우를 만날 수 있다. 미취학 어린이에게는 부모가 읽어주는 책으로, 1학년 아이들은 스스로 읽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76쪽 6800원 현암사

오 혜 경(주부·36·서울 강북구 미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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