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버스는 왜 몰려다닐까요?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5분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던 버스가 나중엔 여러대씩 몰려오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 현상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여러 대가 몰려온 때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체코공화국의 밀란 크르발렉과 페트르 세바라는 두 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버스들은 몰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버스들은 배차간격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출발합니다. 그런데 먼저 출발한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서 많은 승객을 태우다보면 그곳에서 한동안 지체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정류장에서도 많은 승객들이 모여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갈수록 이 버스는 정류장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반면 그 다음에 오는 버스는 얼마 되지 않은 승객을 태우기 때문에 금방 금방 정류장을 떠날 수 있어 앞차와의 간격이 갈수록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앞차를 따라 잡게 됩니다. 나중에는 세 번째 버스까지 합류해 세 대까지 함께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이와 반대로 멕시코 쿠에르나바카에서는 버스들이 몰려다니는 일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버스가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버스들끼리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 해 앞차와의 간격을 가능한 벌려 자신의 버스에 좀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 합니다. 이를 위해 멕시코에서는 노선 중간중간에 사람을 둬서 앞차가 언제 떠났는지를 기사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두 과학자에 따르면 멕시코 버스 운행시스템은 일종의 카오스 상태에 이르기 직전 상태라고 합니다. 마치 버스들 사이에는 간격을 최대한 벌려 많은 수의 손님을 태우려는 가상의 힘이 존재해 버스 사이의 간격을 무질서해 보이는 입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재배치하는 것과 같이 일정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계에 이르면 이 분포 역시 무질서 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카오스 이론까지 생각한 두 과학자를 생각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면 덜 지루하겠지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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