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지하 작은 둥지서 꿈을 키워요" 이대 벤처 동아리

  • 입력 2001년 4월 8일 19시 05분


이화여대의 벤처 동아리인 ‘에이블(ABLE)’과 ‘겟(GET)’은 근사한 건물 지하방에서 한집 살림을 한다. 식구는 통털어 40명쯤. 5명 들어가면 꽉 찰 방이지만 한꺼번에 북적댈 일이 없으니 문제는 없다.

‘벤처’와 ‘대학동아리’, 이 두 낱말은 ‘정신없는 곳에서 컵라면 먹으며 날밤 새우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웬걸, 실내는 의외로 깨끗하다. 에이블과 겟은 ‘평소에도 이렇다’고 주장한다. 평균 학번이 높은 겟과 사람수가 많은 에이블, 어느 쪽이 청소를 많이 하는지는 모를 일.

캠퍼스 후문옆 건물의 지하 대여섯평짜리 방에 있지만 이들의 꿈은 세상밖으로 향해있다. 컴퓨터는 모두 7대. 겟이 사용하는 디지타이저와 플로터는 각각 700만∼800만원대 제품. 에이블과 겟은 98년5월 이화여대 창업동아리로 지정돼 ‘가구 딸린 방’을 무상임대 받았다. 에이블은 컴퓨터를 2대만 지원받았으나 중소기업청에서 우수 창업동아리 지원금 500만원을 받아 살림을 늘렸다.

한 방에 둥지를 틀었지만 에이블과 겟은 각기 바쁘다.

에이블은‘메이트오케이(www.mateok.co.kr)’ 사이트를 이달 중 열 계획. 하숙방 사무실 작업실 무용연습실 등을 함께 쓸 짝꿍을 찾는 사이트다. 에이블 회장 이은경씨(경영학과 4년)는 “현재 룸메이트나 작업실메이트가 필요한 친구들은 각자 알아서 어렵게 메이트를 구하는 상황이라 수요는 확실히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은 이밖에도

△심장내과 수련의를 위한 교육용 게임 △영상 메일 시스템 △무선인터넷 언어변환 프로그램 등을 개발중이다.

겟은 사회생활학과 지리정보시스템(GIS) 연구실에서 출발한 벤처 동아리. 하숙정보시스템과 상가정보시스템은 지난달 업데이트를 마쳤다. 이대에서 수주를 받아 제작한 것으로 이대 홈페이지(get.ewha.ac.kr/house)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에이블과 겟은 사업경영공부도 톡톡히 하고 있다.

겟의 반효원씨(사회생활학과 대학원2년)는 “수주를 받은 것이니만큼 제날짜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게 부담이다”고 말했다. ‘계약’에 따른 책임을 지키기 위해 작업진척과 팀원들의 스케줄을 세심히 챙겨야 한다. 김씨는 “다들 지리전공이라 공학, 경영마인드가 없는 점이 힘들다”며 “벤처기업들이 기술난 운영난으로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보도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에이블의 이씨는 “원래 컴퓨터학과에서 나온 동아리라 유수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놓고도 그 프로그램을 적절히 사업화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현재는 마케팅팀 디자인팀 기술팀의 체제로 굴러간다”고 설명했다. 홍보 광고등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한다.

에이블과 겟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다면 이대 창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비슷한 길을 걸은 대표적인 예가 인터카드넷의 김경진(24)사장. 이대의 지원을 받은 창업동아리 1호이면서 현재 같은 건물의 이대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다. 김사장은 후배 육성차원에서 또다른 벤처동아리 ‘트리거’에 인터카드넷의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맡겨볼 생각이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대학시절. 이렇게 바쁘게만 보내는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을까.

“원래 바쁠 때 짬내서 해야 더 잘되잖아요. 공부도 취미생활도 노는 것도…. 일이 안풀리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도 멋진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겟 멤버 김정연씨(사회생활학과 대학원2년)의 대답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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