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천의 얼굴, 전도연 "청순에서 불륜까지"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55분


지난 주 TV를 통해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전도연의 모습을 보았다. 기꺼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던 까닭은 근래 영화를 보면서 전도연의 연기에 감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은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보여준 연기의 탁월함이 인정받은 결과다. 은행원 남자를 짝사랑하는 보습학원 강사의 역할을 통해 그녀는 여성 심리의 미묘함과 여성의 순수한 감정을 세밀히 묘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도연은 이미 영화 ‘접속’과 ‘약속’, 그리고 ‘내 마음의 풍금’과 ‘해피 앤드’에서 연기력의 진수를 펼쳐보인 바 있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 ‘해피 앤드’는 실로 상반되는 여성 심리를 진저리 날 정도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 전도연은 1970년대 초반 시골 초등학교 5학년 학생으로 분장했다. 연령과 시공간을 거슬러올라가야만 하는 무리한 조건 속에서도 그녀는 배우로서의 매력을 뿜어냈다.

여기서 그녀는 풋사과 같은 십대 초반 시골 여자아이의 초조함과 무모함으로 어우러진 ‘짝사랑’의 내면을 고스란히 구현했다.

젊고 잘 생긴 담임 선생님에 대한 연정을 도발적으로 드러내는,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의 모습. 전도연의 농밀한 연기를 통해 이 영화는 회고적 풍물기에서 인간의 본성이 꿈틀대는 멜로 드라마로 면모를 일신했다.

그러더니 전도연은 180도 변신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 ‘해피 앤드’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여주인공은 불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결국은 비극적 결과에 봉착하고 마는 20대 후반 직업 여성이었다.

애욕을 탐닉하는 바람난 유부녀지만 한편으로 가정과 인습을 지키려 갈등하는 여주인공의 입장은 전도연으로 인해 설득력을 더했다. 불륜의 섹스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줄곧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날리는 여주인공의 서늘한 내면 풍경이 화면 가득 묻어났다. 이 영화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 역시 전도연의 신통한 연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배우의 작품임에 틀림 없다. 바로 그 점을 전도연은 자신만의 자질과 혼신을 다한 연기로 증명하고 있다. 어떠한 역할이든 배우가 배역과 일치해 그 인물의 본질에 충실할 때, 그로 인한 사실감은 감동으로 전이된다. 믿음이 없는 애정은 있을 수 없다.

관객에게 등장 인물의 극중 개연성을 설득하는 일이야말로 배우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그러한 배우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배우임에 틀림 없다. 배우라는 직업의 품격을 고양한 배우로서 그녀는 갈채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마르시아스 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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