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고보조금 펑펑, 회계 조작까지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9분


대통령선거와 4대 지방선거가 겹치는 내년 한 해 동안 여야(與野) 정당에 지급될 국고보조금은 1139억원. 유권자 한 사람당 평년의 4.25배인 3400원씩을 정당에 보조하는 셈이다. 연간 경상보조금(유권자 1인당 800원)에 대선 보조금(800원), 정당공천을 받는 지방선거 보조금(600원×3)을 합한 금액이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극소수에 그치는 우리 정당의 현실에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는 일종의 ‘정치비용’으로서, 정치만 잘 한다면 그만한 세금쯤은 낼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걸핏하면 파행으로 치닫는 판에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이 1000억원대를 넘어선다는 것에 국민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더구나 하루가 멀다 하고 골프를 치고, 모임을 가져도 최고급 호텔이나 값비싼 음식점을 이용하기 일쑤인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국민은 도대체 어디서 돈이 생겨 저렇게 펑펑 쓸 수 있나 하는 의아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마당에 여야 정당이 국민세금인 국고보조금을 멋대로 쓰고 회계 조작까지 해가며 돈의 쓰임새를 속이고 있다는 보도는 공분(公憤)을 일으킬 만하다.

여야 정당은 급여명세서를 위조해 주지도 않은 급여를 준 것처럼 속이고, 영수증 금액을 부풀리거나 허위 영수증을 붙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를 했다고 한다. 억대가 넘는 고위 당직자의 판공비가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게 증발한 의혹도 있다. 심지어 99년 한 정당의 회계보고를 보면 ‘총재 사모님 오찬 간담회’ ‘총재 손목시계 제작비’ 등 엉뚱한 데에다 국고보조금을 쓰기도 했다.

국고보조금의 용도라는 정책개발비도 그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여론 조사 활동비, 정책평가비 등 ‘귀에 걸면 귀걸이’식인 항목이 대부분이다. 이래서는 국고보조금의 투명성을 말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다.

국민세금을 쓰면서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 것이 정당이다. 현재 선관위는 정당이 회계보고를 하면 3개월간 공고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신고하라는 식이다. 자체 서류심사도 한다지만 이런 정도의 선관위 감시시스템은 80년 이후 적발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입증하듯 있으나마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철저한 회계감사 등 투명한 감시시스템을 하루빨리 가동해야 한다. 지방선거에 대한 국고보조금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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