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봄꽃놀이 관광 빌미 선거운동 없어져야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30분


음력으로 3월 3일은 '삼짇날' 이라고 한다. 지금은 삼월 삼짇날 이라고 하면 단순히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 알고 있으나, 양수(陽數)인 3자가 겹치는 길일(吉日)로 옛날에는 봄의 큰 명절이었다고 한다. 본래 상사(上巳), 원사(元巳), 중삼(重三), 상제(上除) 또는 답청일(踏靑日)이라고 했던 이 날에는 도처에서 등산이나 소풍을 겸한 꽃놀이가 행해졌다고 한다. 물 좋고 경치 좋은 산으로 나아가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반죽해서 둥근 떡을 만들어 이것을 기름에 지져 먹으면서 춤추고 놀았다고 하는데 이를 화전(花煎)놀이라고 한다.

따뜻한 봄날에 겨우내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고 교외로 나가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들어가 몸을 깨끗이 씻고, 새싹이 움트는 푸른 풀을 밟으며 대지의 새 생명과 접촉하고, 화전놀이를 했다니 자연을 벗삼아 낭만을 즐겼던 옛 선조들의 풍류를 엿볼 수가 있다. 요즘은 화전놀이의 풍습은 없어졌지만 온갖 꽃들이 활짝 핀 화창한 봄이 되면 모든 이들은 산과 들을 찾아 꽃구경을 하며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올해에는 3월 27일이 바로 '삼월 삼짇날 이었는데 남녘의 꽃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춥게 느껴질 정도로 봄기운이 완연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성급한 봄나들이 인파가 부쩍 눈에 띈다니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4월에는 경기도교육감선거와 전국 18개 선거구의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며,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들 선거에 나서는 입후보 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험에 의하면 봄꽃놀이 관광을 빌미로 선거구민에게 금품 향응 관광편의를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 지시 권유 알선 요구하는 불법 선거운동 사례가 있었다. 선조들이 새 봄을 맞아 즐겼던 낭만과 풍류를 본받아 올바른 관광문화를 조성해 나갔으면 한다. 올 봄나들이는 찌들었던 세속에서 벗어나 새싹이 움트는 대지를 밟고 깨끗한 공기를 호흡하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박동건(구리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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