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인터넷]한기범 중앙대 농구부코치

  • 입력 2001년 4월 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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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중앙대 농구부 한기범 코치(38)는 전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한번 올려다보니 똑같이 키 2m7인 프로농구 SK의 서장훈보다는 주먹 하나 더 있는 것 같았다.

‘코트의 컴 도사’로 통하는 한기범 코치. 보통사람보다 한 마디는 더 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잘 칠 수 있을까. “노트북을 쓸 때는 오타가 많이 나와요.”

싱거운 꺽다리 이미지와 달리 그는 컴퓨터 마니아. 처음 컴퓨터를 접하게 된 때는 93년. 3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며 DOS 데이터베이스 등 기본을 익혔다. PC통신을 즐기다 98년 10월 농구인으로는 가장 먼저 ‘헬로 바스켓볼’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내 농구 지식을 일반인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한달 동안 거의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며 매달린 끝에 ‘완공’의 기쁨을 누렸다. 누가 대신 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정도로 충실한 콘텐츠.

홈페이지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7월에는 주위의 권유로 확대 개편했다. ‘집 주소’는 http://www.3on3tv.com/hans/hans_main.htm. 개인 프로필을 비롯해 6개 큰 메뉴로 나눠져 있으며 ‘농구 상담실’에는 하루에 10건 이상의 질문이 쏟아진다. 바쁜 가운데도 꼬박꼬박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농구 꿈나무에게 조언해 줄 때는 보람이 커요.” 홈페이지를 통해 이제는 주부가 된 옛 소녀 팬의 편지를 받았고 해외에 사는 선후배들과 다시 연락이 닿기도 했다. 또 현역시절 일어난 감춰진 해프닝을 공개하는 ‘에피소드’에도 네티즌의 발길이 몰린다. 그동안 홈페이지를 찾은 접속자만도 5만∼6만 명에 이른다고.

한코치는 앞으로 농구 코치를 위한 전문 웹사이트도 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젊은 지도자들의 정보 교환 무대로 전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토론의 장으로도 삼고 싶다는 것. 또 컴퓨터 관련 책을 쓰는데도 도전할 계획.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한 코치는 명함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E메일 주소 2개와 함께 한 인터넷 방송의 홍보이사 직함이 찍혀 있었다. 자신의 홈페이지 덕분에 과분하게 얻은 명예직이란다. 다음부터는 한 이사라고 불러야 할까.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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