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국기술투자 주가조작 "돈벌이 앞에 고객은 없었다"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38분


한국기술투자(KTIC)가 검찰이 주가 조작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리타워텍 주식을 비싼 가격에 처분해 수백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KTIC가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만든 투자조합은 리타워텍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인 고객은 깡통을 차게 만들고 회사는 재빨리 돈을 챙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여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KTIC의 이중적인 행태〓증권업협회에 따르면 KTIC는 98년1월 리타워텍 보유 주식 4만5000주를 처음으로 신고했다. 이후 99년6월 추가로 4만주(액면가 5000원)를 장외에서 5850원에 사서 7월초 곧바로 4947주를 평균 4만원대에 팔아 차익을 얻었다. 작년 4월 리타워텍이 액면분할을 한 후 5월25일∼8월24일 주가가 오르자 KTIC는 우선주와 보통주를 팔아 10월말까지 59만4500주를 처분했고 올 들어 다시 40만주를 팔아치웠다. 이렇게 해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반면 KTIC는 작년 4월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1호기업구조조정조합’ 자금 200억원을 들여 리타워텍 주식 1만9157주를 주당 104만4000원에 인수했다. 조합은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결국 보통주의 평가액은 15억원(28일 종가 3900원)으로 원금의 90%를 날렸다.

▽벤처업계에 직격탄〓최근까지도 KTIC 자금을 유치한 벤처기업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KTB네트워크와 벤처캐피털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고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마크로젠 등 서갑수 회장이 손댄 종목마다 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KTIC의 1월말 현재 운용 규모도 △회사 고유 자산 3252억원 △11개 벤처투자조합 1025억원 △구조조정조합 2080억원 등이나 된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 자금을 빼돌린 ‘부도덕한 기업인’ 낙인이 찍히게 됐다. 특히 KTIC가 투자한 벤처기업을 자신의 돈세탁 창구로 활용한 사실마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업계에서는 ‘벤처업계 대부인 서회장이 저 정도라면 다른 창투사는 더 심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한 창투사 임원은 “가뜩이나 코스닥시장 침체로 움츠러든 창투사들이 더욱 몸을 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벤처기업들의 자금 유치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회사측은 28일 “조합원들의 출자금은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돼 조합 자산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성명을 냈다.

▼KTIC리타워텍 지분변동 현황▼

일 시취득, 처분주식(주)단가(원)
98년1월7일45,000미확인
99년6월30일40,000(장외매수)5,850
7월6일-1,58737,600
7월7일-3,21942,100
2000년7월19일285,714(유상증자)172,000
8월23∼31일-161,49060,400∼ 76,400
9월15일827,744(무상증자)0
10월25∼31일-336,00017,500∼20,100
2001년1월17일-200,0006,500
2월2일-200,0009,000

▼KTIC1호 기업구조조정조합의 리타워텍 지분현황▼

일 시취득주식수(주)단가(원)
2000년4월10일19,157(장외매수)1,044,000
4월28일172,413(보통주 액면분할)-
4월28일293,887(CB 액면분할)-
9월15일191,570(무상증자)-
10월6일326,531(기타)-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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