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인력수급 앞뒤 안맞는다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3분


정보통신(IT)교육을 받으면 100% 취업이 보장된다는 말이 옛말이 되고 있다. 수천명이 IT전문교육을 받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관련교육기관이 양적인 인력공급에만 치중해 3, 4개월짜리 초단기 교육에 집중하면서 정작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어느 IT교육기관의 경우, 작년 상반기 웹디자인과정 수강자의 90%는 3개월 안에 직장을 구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수료생들의 취업률은 61%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웹프로그래밍 과정 수료자의 경우도 3개월내 취업률이 상반기 93%에서 하반기 70%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최근 30명을 모집하는 웹디자인 과정에 300명이 넘는 수강신청자가 몰려 IT취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웹에이전시업체인 엘에이치는 “지난달 구인광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구직 희망서류가 주당 100여통씩 접수됐다”고 밝혔다. 채용정보 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에 구직신청을 한 웹마케팅 및 기획인력은 작년 8월 699명에서 지난달 1421명으로 2배 이상 증가, 구직난을 보여주고 있다. 웹마스터는 1694명에서 2328명으로, 웹디자인은 1400명에서 2672명으로, 웹서버 구축 및 데이터베이스는 999명에서 1471명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IT기업들은 “필요한 IT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토로라코리아 관계자는 “작년 12월초부터 광대역통신사업부에서 일할 엔지니어 1명을 뽑기 위해 200명을 심사했지만 충분한 실력을 갖춘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IT전문인력은 올해 3만3439명이 부족하고 2005년까지 모두 합하면 14만1772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갈수록 인력난이 예상된다.

이 연구원 권남훈(權南勳)박사는 “실력있는 IT인력은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 IT전문 교육기관이 배출하는 인력은 길어야 하루 3, 4시간씩 8개월 교육을 받는 정도”라며 “고급인력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IT전문교육기관들은 “평균 3, 4개월에 불과한 교육기간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키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정보통신부와 노동부 등 교육비를 지원하는 정부당국이 단기교육을 선호하고 있어 초단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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