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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5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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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시절 보좌진은 부시 후보의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 연설 원고 꼭대기에 ‘주지사는 원고 내용에서 자주 빗나감’이라는 경고문을 써놓았다. 그의 말실수가 잦은 까닭은 평소 공부를 하지 않다가 대통령 시험을 보느라 벼락치기를 한 탓이라는 해석이 가장 그럴듯하다. 미국 언론에는 명문 예일대학을 졸업한 부시대통령의 지적 능력을 경시하는 기사가 가끔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기여입학 제도 때문에 집안이 좋으면 영어문법을 잘 몰라도 아이비 리그의 대학에 들어간다.
▷부시대통령이 김대중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이라고 호칭한 것도 문맥을 살펴보면 바로 뒤에 김대통령의 지도력을 칭찬하는 말이 이어지므로 꼭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미스터 프레지던트’나 ‘프레지던트 김’이 적절했다는 것이 의전을 따지는 외교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부시대통령이 김대통령의 이름을 잊어버려 ‘디스 맨’이라고 불렀다는 추리도 나온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외국 원수 이름을 자주 틀려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정치학자들은 “대통령의 말은 단어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며 “문법이 틀렸거나 뜻이 분명하지 않으면 그릇된 해석을 낳는다”고 비판한다. 뉴욕타임스에는 ‘부시가 과연 외국 원수들에게 미국을 위해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은 독자 편지가 실리기도 했다. 반면에 최소한 겉 말과 속 뜻이 다른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너무 머리가 좋은 정치인은 신뢰가 덜 가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정치인은 못미덥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딜레마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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