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실질금리 0% 시대 돌입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35분


은행권 실질 예금금리가 0%대로 내려앉았다.

이젠 일본의 초저금리가 결코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최근 각 은행들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5%대로 낮췄거나 곧 내릴 예정이다. 16.5%에 달하는 이자소득세와 최소 4%대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셈.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경우 거꾸로 원금을 까먹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도래까지 점쳐지고 있다.

실질금리 0%대 진입은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예금금리를 낮추는 것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인 예대 마진 을 늘려 은행 수익을 크게 하려는 의도다. 또한 기업 및 개인대출에 한계를 느끼는 데다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해 자금을 마땅히 굴릴만한 데가 없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져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날로 고조되고 상황.

조흥은행은 26일부터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6.0%에서 5.8%로, 농협은 5.6%에서 5.5%로 내린다. 이에 앞서 한빛은행은 지난 22일 일반정기예금 금리를 연 6.0%에서 5.5%로 내린 데 이어 현재 연 6.0%수준인 실세정기예금 고시금리를 이번 주중 다시 5.8∼5.9%로 내릴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19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6.0%에서 0.2%포인트 내려 대부분의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이 5%대로 주저앉았다.

금리가 연 5%일 경우 이자소득세 16.5%를 제외하면 연 4.175%에 불과하다. 올 소비자물가 예상 상승률인 4%선. 환율상승과 공공요금의 불안으로 소비자물가가 5%대로 오른다면 실질 예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게 된다. 은행에 저축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현명한 비(非)교과서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면서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실질이자를 한푼도 챙기지 못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은행이 타 금융기관에 비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안정성. 그러나 돈을 맡기고도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하거나 무시할 만큼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면 합리적인 고객은 많은 돈을 은행에 맡겨두지 않게 마련이다. 이미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노리는 돈들이 상호신용금고 종합금융사 투자신탁사 등으로 몰려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는 금융권 전체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추세는 상호신용금고 종금사 보험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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