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유성어>낳은 정 앞에 울어버린 기른 정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6분


남편에게 버림받은 젊은 여인은 갓난 아기를 좋은 환경에 자라라고 호화 요트에 두고 떠난다. 아이를 발견한 것은 금융대란으로 큰 손해를 보고 빈털털이가 된 펀드매니저. 처음엔 아기를 외면했던 그는 펀드매니저로 재기할 기회도 포기한 채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않으며 아기를 키운다. 하지만 어느덧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가 된 아이 앞에 사업가로 성공한 친 엄마가 나타난다.

장궈롱(張國榮)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유성어(流星語)’는 친 아버지는 아니지만 ‘기른 정’의 부성애(父性愛)를 그린 영화. 홍콩영화속 청춘의 상징이던 그가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무력한 아버지역을 잘 소화해냈다.

‘영웅본색’에서 그의 형으로 등장해 쌍권총을 휘둘렀던 디룽(狄龍)은 이 아버지와 아들을 남몰래 돌봐주는 마음착한 동네 파출소 경찰로 출연한다.

80,90년대 홍콩영화를 화려하게 누비던 두 스타가 치열한 경쟁사회의 표류자로 등장해 씁쓸한 인생의 뒷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 가슴찡하게 느껴진다. 마치 긴 꼬리를 남기며 떨어지는 유성의 처연한 아름다움처럼. 24일 개봉. 전연령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