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의 과학생각]누구든 천재가 될 수 있다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1분


서울대 정도 다니면 우리 사회에서는 수재 소리를 듣는다. 2002년 3월부터 영재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 국가에서 길러낸 영재들이 쏟아져 나올 판이다. 수재나 영재 대접을 받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 열등감에 사로잡힐 개연성이 적지 않지만 누구나 노력만 하면 천재들처럼 창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파스칼 다빈치 미켈란젤로 모차르트 피카소 뉴턴 다윈 에디슨 아인슈타인.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킨 천재가 어디 이들 뿐이랴.

▼창조성은 노력의 결과▼

천재와 범인의 차이는 지능지수에서 찾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명성을 날린 리처드 파인만의 지능지수는 122에 불과했다. 요컨대 천재란 지능지수가 200에 가깝거나 7세에 14개 국어를 정복한 사람이 아니다. 한마디로 천재는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창조성이 지능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능이 모자라도 창조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는 반면에 창조성은 뒤떨어지지만 시험성적은 항상 좋은 학생들을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처럼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던 천재가 한 둘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창조적 재능을 꽃피운 완벽한 천재로 맨 먼저 손꼽히는 인물은 모차르트이다. 18세기 후반 유럽을 뒤흔든 신동이다. 네 살 적부터 연주를 시작한 그는 여섯 살 때 미뉴에트를 작곡하고 아홉 살에 교향곡, 열한 살에 오라토리오, 열두 살에 오페라를 썼다. 그는 한 곡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곡을 생각해 낼 수 있었으며 악보에 옮기기 전에 이미 곡 전체를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단숨에 작곡했다는 소문과 달리 그의 초고에는 고친 흔적이 적지 않았으며 심지어 도중에 포기한 작품도 있었다. 게다가 그의 작품 멜로디의 80% 정도가 당대의 다른 작곡가들 작품에 사용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초기 작품의 질이 나중 작품보다 뛰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요컨대 모차르트는 신동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 때문에 모차르트 작품의 천재성이 훼손될 수는 없다. 단지 인류 역사상 천재 중의 천재로 여겨지는 모차르트조차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모차르트를 통해서 천재들이란 보통 사람들이 갖지 못한 신비스러운 재능만으로 창조적 작품을 쏟아낸다는 통념이 옳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천재의 뇌 속에서 둔재의 머리 안에 없는 특별한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더러 천재나 범인 모두 문제해결 방식이 동일한 과정을 밟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천재와 보통사람 사이의 지적 능력 차이는 질보다 양에서 나타났다. 지적 능력의 질에서는 차이가 덜 발견됐지만 양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났다는 의미이다. 이를테면 천재들이 우리가 갖지 못한 그 무엇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을 약간 많이 갖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인지과학자들에 따르면 천재들은 우리들도 갖고 있는 능력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양적인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차이로 비쳐져서 천재들을 우리들과 완전히 다른 두뇌의 소유자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남다른 시각 모방도 가능▼

이런 맥락에서 천재들의 사고방식을 본뜰 수 있다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누구나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천재들의 사고방식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여러 각도에서 남과 다르게 문제에 접근한다. 셰익스피어나 모차르트처럼 많은 양의 작품을 발표한다. 개중에는 조잡한 작품들도 물론 섞여 있다.

천재들의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본뜰 수 있다는 사례도 확인됐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닐스 보어(1922년 수상)와 엔리코 페르미(1938년 수상)의 경우 함께 연구한 제자들이 노벨상을 탔기 때문이다. 보어는 4명, 페르미는 6명의 문하생이 스승 덕분에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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