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동영상!…신세대 '영상이미지' 제작 붐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59분


《“너에게 ‘움직이는 나’를 보낸다.”

19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와우팍(www.wowpark.tv)’스튜디오. 2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각자 친지와 친구들에게 보낼 ‘동영상 기록’을 정성껏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랑고백, 평소에 못한 말 전달하기, 비즈니스 등 용도도 여러 가지. 얼마 전 일본과 인도 여행을 다녀온 고미선씨(28·경기 과천시 문원동)는 “해외에서 만났던 외국친구들에게 내 안부를 전했다”며 좋아하는 표정. “애인 부대에 PC방이 있대요”라며 운을 뗀 한 여대생(22)은 깜찍한 미소를 머금고 “자기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만 줄곧 외웠다고 털어놨다. 또 회사원 장오종씨(35·휴넥스 개발팀장)는 “사원들에게 안부를 묻는 동영상을 회사 게시판에 올리는 깜짝쇼성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동영상’으로 통한다〓얼마 전 결혼한 영화배우 이일재씨 부부도 하객들에게 인사말을 담은 동영상 CD를 배포해 화제를 모았다.

스티커 사진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는 ‘동영상 CD’가 젊은층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 이자 ‘추억의 앨범’으로 떠올랐다. 서울의 명동 압구정동과 대학가 일대의 몇몇 스티커 사진숍, DDR오락실은 유행을 감지하고 재빨리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커튼으로 가려진 스티커사진기보다 조금 큰, 2평 남짓한 스튜디오에 들어간다. 상품에 따라 3000∼1만원 정도를 넣으면 90초 혹은 2분 동안 화면을 보고 ‘개인기’를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먼저 일기예보 방송처럼 배경으로 쓰일 화면을 고르는 게 필요. 포카혼타스 인어공주 등의 애니메이션부터 패션쇼장면, 바다의 일출장면 등 몇 십 가지의 동영상 배경화면 중 하나를 정하면 된다.

처음에는 머쓱하지만 금세 뮤직비디오나 케이블 TV의 VJ가 된 것처럼 마음놓고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사람들도 많다. 좋아하는 가요나 팝송을 배경음악으로 깔 수도 있다.

CD롬을 즉석에서 제작하는 것이 기본. 하지만 외국에 유학가 있는 친구나 이민가 있는 친지들에게, 아니면 그냥 필요에 의해 바로 E메일로 전송해 주는 기능도 있다.

음향도 좋은 편이고 화질 역시 PC방의 화상채팅용 카메라에 비친 화면보다는 훨씬 깨끗하다.

▽‘영상메시지’의 위력〓젊은이들은 특히 사랑고백에 있어서는 구구절절한 연애편지나 어설픈 ‘대시’보다 ‘타이타닉’같은 로맨스 영화를 배경으로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반응들이다.

‘동영상 기록’을 담는 기기들의 업그레이드 속도도 무척 빠르다. 동영상을 CD로 담지 않고 직접 원하는 상대의 휴대전화 액정화면으로 전달해 주는 것도 있다. 문자메시지 펴보듯 손바닥 안에서 친구의 영상메시지를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1, 2명이 주인공이지만 머지않아 같은 배경에서 여러 명이 등장하는 ‘단편영화성’ 동영상 시스템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 동영상 자판기인 ‘Mpegbox’를 개발한 강산테크놀러지(www.kangsantech.co.kr) 송종훈 사장은 “사진은 정적이고 비디오 촬영은 지나치게 사실적인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면서 “하지만 ‘동영상’은 값이 싼데다 배경이 보기 좋게 왜곡, 가공 처리할 수 있는 일종의 아기자기한 ‘영상 편지’라는 점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스티커서 동영상까지 유행도 업그레이드

‘동영상’의 전신으로는 가장 초보적인 ‘화상기록물’인 스티커 사진이 있었다. 일본을 통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4년 전쯤. 처음엔 서울 신촌 등 대학가 근처에 ‘한집 건너 스티커 사진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지만 기계가 빠르게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금세 도태되곤 했다. 영화포스터나 잡지표지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비롯해 조명의 밝기를 조절해 얼굴의 잡티가 하나도 없어 보이도록 한 ‘뽀얀’사진, 마그네틱카드 위에 화상을 새겨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사진류가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찍을 당시 얼굴의 각도나 표정변화에 따라 미녀가 추녀가 되거나 추남이 미남이 되는 경우가 많아 “스티커는 못 믿어”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다. 동영상의 왜곡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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